처음
빵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
저는 늘 마음이 급했습니다.
‘빵을 빨리 잘 만들어야지.’
‘사람들에게 금방 보여줄 수 있어야지.’
이런 생각으로
반죽을 서두르고,
발효 시간을 줄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언제나 부족했지요.
덜 익은 속살,
금세 굳어버리는 식감,
무너져버린 모양새. 결국,
조급했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빵은 네 속도를 따라가지 않아. 네가 빵의 속도를 따라가야지.”
그 한마디가
제 마음에 깊이 남았습니다.
빵을 배우는 길은
누구와 경쟁할 필요가 없는 길입니다.
누군가는 빠르게 새로운 레시피를 익히고,
멋진 모양의 빵을
뚝딱 만들어낼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제가 걷는 속도가 있습니다.
반죽을 느끼는
손끝의 감각, 발효를 기다리며
배워가는 인내,
오븐 앞에서 설레는 눈빛.
이 모든 과정이 천천히 쌓여야만 제 것이 됩니다.
빵은 기다림의 산물입니다.
발효라는
긴 시간을 견뎌야 하고,
굽는 순간까지도 마음을 졸여야 합니다.
그 과정이 힘들고 답답하게 느껴지지만,
사실은 그 안에서
‘제 속도’를 배우게 됩니다.
누군가의 속도에 휘둘리지 않고,
나만의 리듬을 찾는 일.
그것이야말로 빵이 주는 가장 큰 가르침 아닐까요?
저는 이제 생각합니다.
빵을 배우는 길은
천천히 걸어도 괜찮다고.
오히려 천천히 걸을 때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깊게 느낄 수 있다고요.
실패와 시행착오 모두 그 길의 일부이며,
그것마저 제 빵을 완성시키는
소중한 자양분이 됩니다.
담다브레드가
지향하는 길도 다르지 않습니다.
빠르게 성공을 보여주기보다는,
차근차근 한 걸음씩 쌓아가려 합니다.
작은 빵 하나에도
제 시간이 녹아 있고,
그 안에 담긴 인내와 성실이
결국 빵의 맛으로 이어질 거라 믿습니다.
빵을 배우는 길은 평생의 길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저는 서두르지 않고,
제 속도대로 걷습니다.
그리고
이 길 위에서 만나는 모든 순간을,
빵처럼 따뜻하게 오래 간직하고 싶습니다.
빵을 굽는 남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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