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또 새로운 도구를
하나 만들고 있어요.
베이커스 노트에 들어갈
새 기능이에요.
이번 주말도 노트북 앞에 앉아서
몇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왜 자꾸 도구를 만들고 있을까."
처음엔 단순했어요.
원가 계산이 불편해서
원가계산 시스템을 만들었고
레시피 스케일을 자주 바꾸다 보니
스케일 변환 도구를 만들었어요.
다 제가 매번 하던 작업을 편하게 만들고 싶어서였어요.
근데 만들다 보니
혼자 쓰기 아까웠어요.
저랑 똑같이
새벽 4시에 일어나서
계산기를 두드리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도구를 하나 만들 때마다
저는 이런 질문을 던져요.
"이 도구가 사라지게 만드는 작업은 뭘까."
도구를 만드는 이유는
새로운 일을 추가하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기존에 하던 반복 작업을 없애기 위해서예요.
원가 계산 도구는
계산기로 두드리던 30분을 없애줬어요.
스케일 변환 도구는
엑셀로 매번 다시 계산하던 일을 없애줬고요.
도구가 늘어날 때마다
제 작업 시간이
조금씩 짧아졌어요.
이번에 만드는 도구도
같은 기준으로 시작했어요.
"이게 어떤 작업을 사라지게 할까."
이걸 먼저 정리하지 않으면
도구는 그냥 버튼이 많은 화면이 돼버려요.
기능이 많다고 좋은 도구가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기능이 많아질수록
선택지가 많아져서 더 피곤해져요.
그래서 새 도구를 만들 때마다
저는 한 가지 원칙을 지켜요.
"한 화면, 한 가지 일."

솔직히 말하면
이번 도구도 처음엔 욕심이 났어요.
"이왕 만드는 김에
이 기능도, 저 기능도 넣자."
그러다가 한 번 멈췄어요.
기능이 늘어날수록
저도, 사용자도 헷갈리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래서 절반 정도 덜어냈어요.
지금은 가장 필요한 한 가지만
정확하게 처리하는 도구로
다시 짜고 있어요.
도구를 만드는 일은
사실 코드를 짜는 일이 아니에요.
무엇을 안 만들지를 정하는 일이에요.
이걸 알게 된 게
도구를 다섯 개쯤 만들고 나서였어요.
처음엔 다 넣고 싶었고,
다 보여주고 싶었고,
다 잘하고 싶었어요.
근데 그게 사용자에게는
오히려 부담이더라고요.
좋은 도구는 사용자가
"이걸 어떻게 쓰지"를 고민하지 않게 만들어줘야 하거든요.

이번에 만드는 도구도
며칠 내로 공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대단한 기능은 아니에요.
그저 베이커들의 작업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짧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고 있어요.
도구 하나가 생기면
작업 하나가 사라져요.
사라진 그 시간이
빵을 더 잘 굽는 시간으로,
가족과 보내는 시간으로,
잠깐의 휴식 시간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저는 또
오늘도 노트북 앞에 앉아 있어요.
도구가 시간을 돌려주는 일이라고 믿고 있거든요.
빵을 굽는 남자 올림
'빵집 도구함'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틀린 단가표를 들고 시작했던 베이커리 - 매출은 분명했지만 통장은 비어있었다 (0) | 2026.06.05 |
|---|---|
| 한 시간 작업한 빵, 진짜 얼마짜리일까 - 베이커리 원가에서 인건비를 빼면 안 되는 이유 (0) | 2026.06.01 |
| 감으로 팔던 시절 - 어떤 빵이 잘 팔리는지, 기록하기 전까지는 몰랐던 것들 (0) | 2026.05.29 |
| 베이커 퍼센트를 처음 알게 된 날 - 레시피가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0) | 2026.05.27 |
| 빵집 도구함을 여는 이유 - 베이커리 운영자에게 진짜 필요한 것 (0) | 2026.05.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