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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 도구함

감으로 팔던 시절 - 어떤 빵이 잘 팔리는지, 기록하기 전까지는 몰랐던 것들

오늘 뭘 얼마나 구울지
어떻게 결정하세요?

저는 오랫동안
그냥 감으로 결정했어요.

어제 많이 팔렸으니까 오늘도 많이 굽고,
날씨가 좋으면 손님이 많을 것 같으니까 늘리고,
주말이니까 조금 더 넉넉하게.

그 감이 꽤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몇 년을 그렇게 해왔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날
이런 상황이 생겼어요.

소금빵이 다 팔렸어요.

손님이 찾는데 없는 거예요.

"오늘은 일찍 다 나갔네."
하고 넘겼어요.

그 다음 날은
반대로 소금빵이 남았어요.

평소보다 많이 구웠는데
저녁까지 몇 개가 남아있었어요.


그 다음 주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어요.

어떤 날은 부족하고,
어떤 날은 남고.

왜 그런지 알 수가 없었어요.

감으로는 설명이 안 됐어요.

그때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정말로
어떤 빵이 얼마나 팔리는지
알고 있는 걸까?

그래서 적기 시작했어요.

노트 한 페이지에
빵 이름과 구운 수량,
그리고 남은 수량.

팔린 수량 = 구운 수량 - 남은 수량

별것 아닌 것 같은 기록이었어요.

그런데 2주가 지나고
그 페이지들을 한번 쭉 봤더니
몰랐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소금빵은 월요일보다 금요일에 훨씬 많이 팔렸어요.


제가 제일 자신 있는 빵은
사실 주중에 잘 안 팔리고
주말에 몰려서 나갔어요.

비 오는 날에는
특정 빵의 판매량이
맑은 날의 절반이었어요.

감으로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기록된 숫자는
제 감각과 꽤 달랐어요.

가장 놀라웠던 건 따로 있었어요.

늘 "이 빵은 별로 안 팔려"라고 생각해서
조금씩만 구웠던 빵이 있었어요.

그런데 기록을 보니까
그 빵은 구울 때마다 항상 다 팔렸어요.

적게 만들었으니까 적게 팔린 거였어요.

수요가 없는 게 아니라
공급이 없었던 거였는데,
저는 그 빵이 인기 없다고
판단하고 있었던 거예요.

반대의 경우도 있었어요.

자신 있게 많이 굽는 빵인데
실제로는 주말에만 잘 나가고
평일엔 남는 날이 더 많았어요.

감이 틀린 게 아니었어요.
다만 기록이 없으니까
틀려도 알 수가 없었던 거예요.


그 이후로
판매 기록이 저한테
꽤 중요한 일이 됐어요.

노트에 적는 게 번거롭기도 했지만,
그 기록이 쌓이면서
내일 얼마나 구울지를
훨씬 자신 있게 정할 수 있게 됐거든요.

그러다 자연스럽게
이 기록을 더 쉽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빵 이름과 수량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판매량이 계산되고,
요일별, 날씨별 패턴이 보이고,
내일 생산량 참고치도 나오는 것.

아직 만들고 있는 중이에요.

어떤 항목을 보여줘야
운영자한테 진짜 도움이 될지
고민하면서요.

하지만 방향은 분명해요.

감을 대신하는 게 아니라
감이 더 잘 맞도록
숫자가 옆에서 도와주는 것.

그게 제가 만들고 싶은 판매 관리 도구예요.

 

 

 

 

빵을 굽는 남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