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커리를 시작했을 때
저는 단가표 한 장에
모든 걸 적어두고 있었어요.
식빵 한 개 2,500원.
크림빵 한 개 1,800원.
파운드케이크 한 조각 1,200원.
종이 한 장에 정리된 숫자가
그땐 참 든든해 보였거든요.

근데 그 단가표는 처음부터 틀려 있었어요.
저는 재료비만 계산하고 있었거든요.
밀가루 얼마, 버터 얼마,
설탕 얼마, 우유 얼마.
영수증을 모아서
빵 한 개당 들어간 재료비를
계산한 거였어요.
거기서 멈췄어요.
새벽 4시부터 일어나서 4시간을 매달린
내 시간은 어디에도 들어 있지 않았어요.
전기세, 가스비, 임대료,
오븐 감가상각.
이런 것들도 단가표에는 없었죠.
"손님이 사가는 건 빵이지
기세가 아니잖아."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지금 돌아보면
정말 순진했어요.
매출은 매일 들어왔어요.
하루 30만 원, 40만 원.
주말이면 50만 원도 찍었죠.
숫자가 분명히 늘고 있었어요.
근데 통장은 늘 비어 있었어요.
처음엔 "운영비가 좀 큰가" 생각했어요.
다음 달엔 좀 나아지겠지.
다음 시즌엔 좀 풀리겠지.
그렇게 6개월이 지났을 때
처음으로 정신이 들었어요.
매출은 분명히 늘었는데 왜 손에 남는 게 없을까.

엑셀을 켜고
처음부터 다시 계산했어요.
재료비 + 인건비(시급×시간) + 오버헤드.
이번엔 빼지 않고
전부 넣었어요.
결과를 보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어요.
식빵 한 개 실제 원가가 10,000원이었거든요.
저는 그걸 3,500원에 팔고 있었어요.
한 개 팔 때마다 6,500원 적자.
많이 팔수록
더 깊이 빠지는 구조였어요.
그날 알았어요.
처음 단가표가 틀렸다는 게 작은 실수가 아니었다는 걸.
매출이 늘면 늘수록
더 빠르게 적자가 쌓이는
구조적 문제였거든요.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단가표를 다시 짜기 시작했어요.
엑셀로, 종이로,
이리저리 옮기다가
결국 직접 도구를 만들었어요.
레시피만 입력하면
재료비 + 인건비 + 오버헤드까지
자동으로 계산해주는 시스템.
지금의 베이커스 노트 원가계산 시스템 이에요.

가끔 그 시절을 떠올려요.
종이에 또박또박 적었던 단가표.
"이 정도면 되겠지" 했던 확신.
매출은 늘지만 통장은 비던 시간들.
그때 알았어요.
베이커리 창업의 시작은 빵을 굽는 게 아니라 숫자를 정확히 보는 일이라는 걸.
틀린 단가표 한 장이
그 모든 걸 망칠 수 있었거든요.
지금도 가끔
그날의 멍한 표정을 떠올려요.
그리고 다짐해요.
더 이상 내 시간을 0원으로 쓰지 않겠다고.
빵을 굽는 남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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