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레시피인데
여름엔 빵이 잘 안 부푸는 경험,
혹시 있으신가요?
겨울엔 탱탱하던 반죽이
여름엔 자꾸 늘어지거나 끊어져서
당황한 적 있을 거예요.
저도 그랬어요.
처음엔 효모가 문제인 줄 알았어요.
근데 아니었어요.
문제는 글루텐이었거든요.
여름엔 글루텐이 평소보다 빨리 약해져요.
이유는 단순해요.
밀가루 안에는 글루텐을 만드는
글리아딘과 글루테닌이 있어요.
근데 같이 들어 있는 프로테아제(단백질 분해효소) 가 온도가 높아질수록 활발해져요.
이게 글루텐을 분해해 버리거든요.
실온 30도가 넘으면
효소 활성이 거의 두 배가 돼요.

게다가 반죽 온도까지 올라가면
1차 발효가 너무 빨라지면서
글루텐이 충분히 자라기 전에
가스가 만들어져요.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기공이 거칠고,
신장성이 떨어지고,
구워도 잘 안 부풀고,
풍미도 약해져요.
다 글루텐 형성 실패의 신호예요.
R&D에서는 여름에 이런 걸 챙겨요.
1. 목표 반죽 온도를 24~25도로 낮춘다
겨울 26~27도였다면
여름엔 1~2도 낮춰 잡아요.
2. 차가운 물 또는 얼음물을 쓴다
목표 온도 × 3 공식을 쓰면 여름엔 물 온도가 5~10도 정도 나와요.

3. 믹싱 시간을 줄인다
스파이럴 믹서로 길게 돌리면
마찰열이 8도까지 올라가요.
평소보다 1~2분 짧게 끝내고 오토리즈를 길게 가져가면 글루텐이 더 안정적으로 잡혀요.
4. 발효는 냉장으로
여름 1차 발효를 실온에 두면
30~40분 만에 부풀어 버려요.
차라리 냉장고에서 6~12시간 저온 발효 하는 게 글루텐도 잡고 풍미도 살려요.
5. 휴지(레스트) 를 자주 길게
여름엔 반죽을 만지는 횟수가 늘면
손 온도까지 더해져요.
성형 전 휴지를 20분 더 주거나
중간 휴지를 한 번 더 넣으면
글루텐이 회복할 시간이 생겨요.
물론 이걸 매번 계산하긴 번거로워요.
저도 실온·밀가루 온도가 매일 다르니까 손으로 계산하다가
결국 베이커스 노트 반죽온도 계산기에 입력해서 물 온도를 잡아요.

여름 베이킹이 어려운 건
실력이 줄어서가 아니에요.
환경이 바뀐 만큼 숫자도 같이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에요.
같은 빵을 만드는 일은 같은 레시피를 쓰는 게 아니라 환경에 맞춰 조정하는 일이거든요.
여름에 반죽이 자꾸 늘어진다면
한 가지만 기억하세요.
물 온도부터 낮춰 보세요.
대부분은 거기서 답이 나오거든요.
빵을 굽는 남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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