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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 도구함

베이커리 용어사전을 만들고 있어요 - 'R&D는 아는 말, 베이커는 모르는 말'에 대해

 

요즘 또 새 도구를

하나 만들고 있어요.

 

이번엔 베이커리 용어사전이에요.

 

처음엔 별 거 아닌 줄 알았어요.

 

용어 몇 개 정리해서

검색되게 만들면 끝일 줄 알았거든요.

 

근데 막상 시작해보니 전혀 단순하지 않더라고요.

 

 

문제는 같은 단어를 현장과 책이 다르게 쓰는 경우가 많다는 거였어요.

 

예를 들어 "오토리즈".

 

R&D 책에는 "밀가루와 물만 미리 섞어

20~60분 휴지시키는 과정"

이라고 나와요.

 

근데 현장 베이커들은

"잠깐 쉬게 두는 시간"이라고 부르거나

아예 다른 의미로 쓰기도 해요.

 

같은 단어, 다른 의미.

 

이걸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

 

며칠을 고민했어요.

 

또 다른 예가 "오버나잇"이에요.

 

어떤 책에는 저온 장시간 발효 라고 적혀 있고,

 

다른 곳에서는

"하룻밤 두는 모든 작업"

이라고 더 넓게 써요.

 

베이커 한 명한테 물어보면

"퇴근 전에 만든 거 다음날 굽기"

라고 답해요.

 

다 맞는 말이에요.

 

근데 입문자가 들으면 완전히 다른 뜻으로 받아들여요.

 

용어사전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저는 한 가지 원칙을 정했어요.

 

"R&D 정의 + 현장 표현 + 헷갈리는 지점"

 

세 가지를 다 적기로 했어요.

 

R&D 책의 표준 정의는

일단 한 줄로 적어요.

 

그 아래에 현장에서 어떻게 쓰는지

실제 표현을 같이 적어요.

 

마지막에 헷갈릴 수 있는 지점을 짧게 한 문장으로 덧붙여요.

 

이렇게 정리하다 보니

용어 하나에

3~4줄씩 글이 붙더라고요.

 

 

솔직히 말하면

한 번은 멈추고 싶었어요.

 

용어가 너무 많거든요.

 

R&D 표준 용어만 해도 200개,

지역마다 다른 표현까지 더하면

끝이 안 보였어요.

 

"그냥 위키처럼 풀어둘까."

 

그런 생각도 했어요.

 

근데 그게 진짜 필요한 사람한테

도움이 될까 싶었어요.

 

베이커리에 처음 들어온 사람한테는

 

"오토리즈 하세요" 한 마디가 가장 큰 벽 일 때가 있어요.

 

질문하면 무시당할 것 같고,

검색하면 다 다른 말이 나오고,

책은 너무 학술적이고.

 

그 사람한테 필요한 건 완벽한 사전이 아니라 친절한 사전이라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어요.

 

화려한 기능 다 빼고,

용어 하나를 누르면

누구든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 쓰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도구를 만드는 일은

사실 단순해 보이는 일이에요.

 

근데 만들수록 어떤 사람을 위해 만드는지 명확해져야 하더라고요.

 

이번 용어사전은

"R&D 책을 못 본 베이커",

"베이커리에 막 들어온 신입",

"홈베이커지만 정확한 말을 알고 싶은 사람"

 

이런 분들을 위해서 만들고 있어요.

 

며칠 안에 공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대단한 사전은 아닐 거예요.

 

그저 누군가가 '오토리즈가 뭐예요'를 물어볼 때 부끄럽지 않게 답해주는 친구 같은 도구.

 

그게 이번에 만들고 싶은 거예요.

 

용어 하나를 정리하는 일이

이렇게 무거운 일인지는

시작하기 전엔 몰랐어요.

 

근데 지금은 알아요.

 

말이 정확해지면 일도 정확해진다는 것을.

 

 

 

 

빵을 굽는 남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