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빵을 굽다가
평소보다 반죽이 너무 진 경험,
혹시 있으신가요?
같은 레시피, 같은 밀가루인데
어느 날은 탱탱하고 어느 날은 손에 달라붙어요.
저도 처음엔 컨디션 탓인 줄 알았어요.
근데 한참 뒤에 알았어요.
문제는 공기 중 습도였거든요.
밀가루는 살아 있는 재료처럼
주변 공기를 그대로 흡수해요.
습도가 높으면 밀가루도 수분을 머금어요.
전문 용어로 흡습성 이라고 해요.
장마철 상대습도가 80~90%까지 올라가면
1kg 밀가루 안에 이미
수분이 0.5~1.5% 더 들어가 있어요.
숫자로는 작아 보이지만
빵 한 덩이 기준 5~15g의 차이예요.

5g 차이가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반죽의 손맛은 완전히 달라져요.
겨울에 가수율 65%로 잘 되던 레시피가
장마철엔 같은 65%로 만들면
손에 달라붙고 늘어져요.
처음엔 "내가 못 만드는 건가" 싶었어요.
아니에요.
환경이 바뀐 거예요.
R&D에서는 장마철에 이렇게 조정해요.
1. 가수율을 2~3% 줄인다
원래 레시피가 가수율 65%였다면 장마철엔 62~63%로 시작해요.
차이가 적어 보이지만 실제 반죽 상태는 훨씬 안정돼요.
2. 밀가루를 밀폐 보관한다
봉지째 두면 공기 중 수분을 다 빨아들여요.
밀폐 용기에 넣고 개봉일 라벨을 붙여서 관리해요.
3. 작업장 제습기를 켠다
습도 60% 아래로 떨어지면 반죽 표면이 마르지 않으면서도 끈적임이 줄어요.
4. 발효 시간을 조정한다
습도 높은 날엔 효모 활성이 올라가서 1차 발효가 30분 빨라져요.
레시피 그대로 두면 과발효 돼요.
평소보다 10~15분 일찍 1차 발효 종료 시점을 보세요.
5. 마지막 가수는 천천히
장마철엔 물을 한 번에 다 넣지 마세요.
80%만 먼저 넣고 반죽 상태를 본 다음 남은 20%를 천천히 넣어요.
이렇게 하면 가수율을
그날 환경에 맞춰 미세 조정할 수 있어요.

처음엔 이걸 매번 손으로 계산했어요.
오늘 습도가 몇 도지,
밀가루 보관은 어땠지,
가수율은 얼마로 잡을지.
근데 매일 환경이 바뀌니까
공책에 다 적기도 어려웠어요.
지금은 베이커스 노트에
가수율 조정도 같이 기록해요.

장마철 빵이 어려운 건 실력 문제가 아니에요.
공기 안의 수분까지
재료처럼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빵을 만든다는 건 밀가루, 물, 효모만 다루는 일이 아니더라고요.
작업장 공기까지 함께 다루는 일이거든요.
비 오는 날 반죽이 자꾸 질어진다면 가수율부터 2% 낮춰 보세요.
대부분은 거기서 답이 나오거든요.
빵을 굽는 남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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