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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굽는 순간들

바게트를 굽고, 기다림을 배우다

 

처음 바게트를 반죽하던 날이 아직도 또렷해요.
조용한 주방 안, 작은 그릇에 담긴 소금과 이스트, 밀가루 그리고 물
두 손으로 꾹꾹 눌러가며 섞던 반죽의 온기.

그날 저는 마음속으로 수없이 물었어요.

 

“과연 이게 빵이 될까?”

 

처음이라 뭐든 어색하고, 모든 과정이 낯설었어요.
반죽은 질고, 손에 달라붙고,
모양은 전혀 바게트 같지 않았죠.

 


 

“왜 이렇게 오래 걸리지?”

 

그때 저는 몰랐어요.
바게트는 성격이 급한 사람에게 참 어려운 빵이라는 걸요.

천천히 부풀어야 하고,
잠깐이라도 서두르면
금세 빵이 다 알아차린다는 걸.

오븐에 넣기 전 마지막 발효 시간을 못 참고
조금 일찍 굽기 시작했던 날,
결과는 딱 그만큼 부족했어요.
속이 덜 찬 듯하고, 바삭한 껍질도 없었죠.

 


 

바게트는 마음을 굽는 빵이에요

 

시간이 지나고,
실패를 몇 번 더 하고 나서야 깨달았어요.

 

바게트는 반죽보다 ‘기다림’이 더 중요하다는 걸요.
빵이 아니라 나 자신을 다듬는 시간이라는 걸요.
어떤 날은 마음이 조급하면 반죽도 그걸 따라가고,
조용히 믿고 기다려주면
그제야 예쁜 모양으로 부풀어 오르더라고요.

 


 

담다브레드의 첫 빵

 

그 바게트는 솔직히 예쁘지 않았어요.
터진 부분도 있었고,
끝은 너무 딱딱해서 이가 아팠죠.

그런데 이상하게,
지금까지 만든 어떤 빵보다 더 기억에 남아요.

 

그 빵이 있었기에 담다브레드가 시작될 수 있었고,
그날의 오븐 앞에서 저는
빵을 굽는 사람이 되는 첫 발걸음을 내디뎠어요.

 


 

지금도 가끔
그날 구웠던 바게트의 모양을 떠올려요.
실수투성이였지만,

진심만은 온전히 담긴 빵.

그 따뜻했던 첫 실패가,
지금 담다브레드의 마음이 되었어요.

 

 

빵을 굽는 남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