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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다브레드 이야기

답장이 없는 시간을 배우고 있어요 - 침묵이 알려준 것들

몇 주 전 테스터 분들께 사용 안내를 보냈어요.

지금까지 답장은 오지 않았어요.

이 이야기를 오늘 조금 조심스럽게 꺼내보려고 해요.

 

처음 며칠은 이런 마음이었어요.

"이제 곧 답장이 오겠지."

메일함을 하루에 몇 번씩 열어봤어요.

 

새 메일이 왔다는 알림이 뜨면 가슴이 살짝 뛰었어요.

근데 열어보면 광고 메일이거나 전혀 다른 소식이었어요.

일주일이 지나고, 이 주가 지나고, 지금은 그때보다 조금 더 지나 있어요.

여전히 답장은 없어요.

 

 

처음엔 걱정이 앞섰어요.

"도구에 뭐 큰 문제가 있는 걸까."

"내가 뭘 잘못 설명한 걸까."

"부담스러워서 답장 못 하시는 걸까."

여러 추측이 머릿속을 돌아다녔어요.

 

한 번은 "그냥 다시 한번 메일을 보내볼까" 싶기도 했어요.

근데 그건 부담이 될 것 같아서 참았어요.

지금은 그저 기다리고 있어요.

 

솔직히 마음이 편치는 않아요.

"제 기대가 틀렸구나" 하는 마음도 있고

"이 도구가 정말 필요한 걸까" 하는 의심도 스쳐요.

 

몇 달 동안 만들어온 도구인데 그 도구를 손에 잡으신 분들이 아무 말이 없다는 것.

만드는 사람에게는 그것도 하나의 응답이에요.

 

그런데 며칠 전부터 이 침묵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어요.

"답장이 없다"는 게 "실패했다"는 뜻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바쁘실 수도 있고, 아직 익숙해지시는 중일 수도 있고,

글로 정리할 만한 감상이 아직 안 만들어졌을 수도 있어요.

말이 되지 않는 사용은 그 자체로 정직한 응답이에요.

편안하게 쓰신다면 굳이 답장할 필요가 없기도 하니까요.

 

 

이 침묵이 저에게 몇 가지를 가르쳐줬어요.

 

1. 사용자에게는 그들의 시간이 있어요

만드는 사람은 매일 도구를 생각하지만 쓰시는 분은 그 도구에 자신의 하루를 붙일 뿐이에요.

내가 만든 것에 대한 반응을 당연히 나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기대는 사실 만드는 사람의 조바심이에요.

 

2. 침묵도 응답이에요

칭찬만 응답인 게 아니에요. 질문만 응답인 것도 아니에요.

아무 말 없이 계속 쓰신다는 것도 어쩌면 가장 정직한 응답일 수 있어요.

 

3. 기다림도 만드는 사람의 몫이에요

만든 뒤에 오는 시간이 있어요.

내 손을 떠난 도구가 누군가의 하루에 자리 잡는 시간.

그 시간은 재촉으로 앞당길 수 없고 조바심으로 짧아지지 않아요.

만들었다면 이제 기다려야 해요.

 

이 침묵이 저를 조금 더 성숙하게 만들어주고 있어요.

몇 달 전의 저는 아마 이 침묵을 못 견뎠을 거예요.

"왜 답장이 없어요?" 하고 두 번째 메일을 보냈을 수도 있고,

"이 도구가 안 맞으신 거 같은데" 하고 불필요한 사과를 했을 수도 있어요.

 

지금은 그러지 않으려고 해요.

사용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는 걸 이제는 조금 알아요.

 

 

이 이야기를 마치기 전에 한 가지만 더 나누고 싶어요.

빵을 만들 때도 비슷한 순간이 있어요.

오븐에 반죽을 넣고 문을 닫는 그 순간부터

저는 안에서 벌어지는 일에 아무 영향도 줄 수 없어요.

25분 동안 오븐 안은 저와 무관한 세계예요.

그 시간을 견디는 게 굽기의 마지막 기술이에요.

 

지금 도구를 만드는 일도 비슷해요.

만든 뒤에 오는 침묵의 시간을 그저 조용히 지나야 하는 시간.

억지로 채우려 하면 오히려 어색해져요.

빵도, 도구도, 누군가에게 닿기 위해서는 만든 사람의 손을 완전히 떠나야 해요.

그 이별의 시간이 사실은 완성의 시간이에요.

 

지금도 답장을 기다리고 있어요.

혹시 언젠가 답장이 오면 아주 소중하게 읽을 거예요.

혹시 오지 않아도 그것도 하나의 응답으로 받아들이려고 해요.

"쓰신다는 것 자체가 응답" 이라고 믿기로 했어요.

이 침묵을 지나면서 저는 만드는 사람의 자세를 다시 배우고 있어요.

 

좋은 도구는 혼자 만들 수 없다는 걸 지난 몇 달간 매일 배웠고

이번엔 좋은 도구는 급하게 사용받길 원해서도 안 된다는 걸 배우고 있어요.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 같아요.

 

저도, 도구도, 이 관계도.

그 시간을 조바심 없이 살아가면서

정식 출시때까지 차분히 준비하려고 해요.

기다림도 만드는 시간의 한 종류라고 받아들이며 오늘도 노트북 앞에 앉아 있어요.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조용히 기다리고 있어요.

 

 

 

빵을 굽는 남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