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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다브레드 이야기

요즘 만들고 있는 것 - 원가계산 시스템 개발 근황

가끔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라는 질문을 받아요.

빵집 일 외에는 원가계산 시스템을 다듬고 있어요 라고 답해요.

그 뒤에는 보통 조용한 침묵이 와요.

 

"그게 뭐예요?" 가 아니라 "아, 아직 안 끝났구나" 하는 침묵이에요.

솔직히 저도 가끔 그 침묵을 느껴요.

"나는 왜 이걸 아직도 만들고 있을까."

 

지난 5월에 세 편의 글을 썼어요.

원가를 손으로 계산한다는 것 에서는 감으로 가격을 매기던 시절의 이야기를,

정의한다는 것 — 원가가 뭔지부터 정해야 했다 에서는 원가의 정의를 세우는 데서 막혔던 이야기를,

틀린다는 것 — 원가 계산 프로그램을 만들며 계속 틀렸던 이야기 에서는 단위·폐기율·인건비를 설계하다 계속 틀렸던 이야기를 담았어요.

 

그때는 "곧 완성될 것 같다" 는 마음으로 썼어요.

지금 보면 참 순진했어요.

그 뒤로 다섯 달이 지났어요.

도구는 아직도 미완성이랍니다.

 

 

요즘 다시 들여다보고 있는 부분이 있어요.

폐기율 계산 방식.

지난 5월에 "폐기율 항목을 추가해야 한다" 는 걸 깨달았는데

어떻게 입력하게 할지가 요즘의 과제예요.

처음엔 사용자가 폐기율을 직접 숫자로 입력하도록 만들었어요.

 

근데 테스트하면서 알게 됐어요.

"폐기율이 몇 %인지 사용자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식빵 10개 만들어서 1개 팔리기 전에 폐기한다면 폐기율이 10%인가요?

아니면 하루 만든 양 중 팔리지 않은 비율인가요?

아니면 생산 과정에서 실패해서 버린 양의 비율인가요?

정의부터 다시 세워야 하는 문제로 돌아왔어요.

 

이 질문을 다시 꺼내게 된 건

저도 모르게 5월의 저와 다시 만났다는 뜻이었어요.

5월엔 "원가가 뭔지" 부터 막혔어요.

지금은 "폐기가 뭔지" 부터 막혀 있어요.

도구를 만드는 일은 단어 하나하나를 다시 정의하는 일이더라고요.

 

사람마다 "폐기" 라는 단어를 다르게 쓰고 그 다름이 그대로 숫자의 차이로 나타나요.

제가 생각한 정의를 그대로 코드로 옮기면 사용자가 입력하는 숫자가 저의 의도와 다를 수 있어요.

그래서 요즘은 입력 UI 자체를 바꾸는 중이에요.

 

폐기율을 숫자로 묻는 게 아니라

"오늘 몇 개 만들었어요?" → "그중 몇 개 팔렸어요?" → "남은 건 어떻게 됐어요?"

이렇게 세 가지 질문으로 나눠요.

그러면 사용자가 폐기율이 몇 %인지 몰라도 시스템이 자동으로 계산해줘요.

 

또 다른 하나는 인건비 입력 방식이에요.

이전 버전에서는 레시피마다 시급을 입력하게 했어요.

그러니까 식빵 레시피 들어가면

"시급 12,000원" 입력, 크림빵 레시피 들어가면 또 "시급 12,000원" 입력.

매번 같은 숫자를 반복해서 입력하는 거예요.

이게 번거롭다는 걸 저도 쓰다가 느꼈어요.

 

그래서 설정에 "내 시급" 항목을 하나 추가했어요.

한 번만 입력해두면 모든 레시피의 인건비가 자동으로 계산돼요.

작은 변화인데 사용자 입장에서는 큰 차이예요.

단지 "매번 입력" 에서 "한 번 설정" 으로 바뀌는 것이에요.

 

 

단위 변환도 계속 다듬고 있어요.

밀가루는 kg으로 사고 반죽에는 g으로 넣어요.

우유는 ml로 사고 반죽에도 ml로 넣지만 무게로 환산해야 할 때가 있어요.

계란은 "개" 로 사지만 R&D에서는 "g" 으로 계량해요.

 

모든 재료가 다른 단위로 유통되고 다른 단위로 사용돼요.

이걸 사용자가 입력하기 쉽게 만드는 게 요즘의 고민이에요.

재료별로 "유통 단위" 와 "사용 단위" 를 따로 저장하고

자동 환산해주는 방식으로 바꾸는 중이에요.

이것도 사용자 입장에서는 작은 변화지만 개발 입장에서는 꽤 복잡한 작업이에요.

 

대시보드도 다듬고 있어요.

이 도구는 7단계로 되어 있어요.

재료 관리 → 레시피 관리 → 판매가 계산 → 대시보드 → 생산 관리 → 폐기 관리 → 월말 정산 리포트.

처음엔 각 단계가 독립적으로 작동했어요.

근데 사용자는 한 흐름으로 사용해요.

 

재료를 등록하고 그걸로 레시피를 만들고

그 레시피로 판매가를 잡고 오늘 몇 개 만들었는지 기록하고 남은 걸 폐기 처리하고 월말에 전체를 돌아봐요.

이 흐름이 대시보드 하나로 보여야 해요.

지금 어디쯤 와 있고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한 눈에 알 수 있어야 해요.

7단계 전체를 하나의 지도로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이렇게 적다 보니 다 "작은 변화" 처럼 보이는 작업들이에요.

폐기율 입력 질문 바꾸기, 시급 설정 저장하기, 단위 환산 자동화하기, 대시보드로 흐름 보여주기.

큰 신기능이 아니라 기존 기능을 조금씩 다듬는 일이에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가끔 이렇게 다듬는 게 "진전" 처럼 안 느껴져요.

"어제도 이걸 다듬고 있었고 오늘도 다듬고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요.

근데 다른 한 편으로는 이게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도구는 큰 기능이 많아서가 아니라 작은 흐름이 매끄러워서 좋은 도구거든요.

 

지난번 글 에서 베이커스 노트의 다섯 개 도구를 정리했어요.

 

damdabread

‘담다브레드’는 ‘소중한 것들을 담은 빵’이라는 뜻입니다. 정직한 재료, 부담 없는 맛, 건강 그리고 누군가의 옆에서 항상 같이해 줄 수 있는 작은 위로을 담고 싶습니다. 누군가는 누군가

damdabread.com

 

그 다섯 개 도구는 다 "한 가지 일" 을 하는 도구예요.

 

용어사전은 단어를 찾아주고, 반죽 온도 계산기는 물 온도를 알려주고, 공정 타이머는 시간을 재어줘요.

원가계산 시스템은 다섯 개가 아니라 한 개의 도구인데 그 안에 일곱 가지 흐름이 있어요.

이게 어려운 이유예요.

한 시간 작업한 빵, 진짜 얼마짜리일까 에서 "재료비 + 인건비 + 오버헤드" 공식을 소개했어요.

 

이 공식은 간단해 보여요.

근데 그걸 매일 다른 베이커가 다른 레시피에 적용하려면 단위·폐기·시급·시간이 모두 정확히 입력되어야 해요.

그 복잡함을 사용자가 느끼지 않게 만드는 게 요즘의 과제예요.

 

 

출시 날짜는 아직 정하지 않았어요.

이번 겨울 안에는 열리길 바라고 있지만 구체적인 날짜는 아직이에요.

준비가 될 때까지 차분히 만들려고 해요.

빵이 발효 시간을 거쳐야 완성되듯이 도구도 이 시간을 거쳐야 완성되는 것 같아요.

가끔 조바심이 나긴 해요.

"이러다가 정말 못 만드는 거 아닌가."

이런 마음이 스쳐요.

 

근데 그럴 때마다 저는 처음 썼던 글들을 다시 봐요.

5월의 저, 7월의 저, 9월의 저가 쓴 글들을 읽으면

각 시기마다 다른 고민을 하고 있었고 그 고민을 지나며 조금씩 깊어졌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지금의 저도 몇 달 후에 다시 보면 이 시기만의 고민을 하고 있는 거겠죠.

느리지만 멈춰 있는 건 아니에요.

 

오늘도 저는 노트북 앞에서 폐기율 입력 방식을 다시 그려보고 있어요.

이 작은 작업이 쌓여서 언젠가 베이커들의 하루에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해요.

그 날을 조용히 그려보며 오늘의 작업을 계속해요.

좋은 도구는 혼자 만들 수 없다는 걸 매일 배우고 있지만, 혼자서라도 만들 수 있을 때까지 계속 가봐요.

 

 

 

빵을 굽는 남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