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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다브레드 이야기

도구를 처음 다른 사람 손에 맡긴 날 - 곧 시작될 그 순간에 대하여

이번 주말이 지나면 드디어 그 순간이 와요.

몇 달 동안 혼자 만들어온 원가계산 시스템을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기게 되는 순간.

 

곧 지원해주신 분들께 사용 안내 메일을 보낼 예정이에요.

메일 하나를 쓰는 데 며칠째 여러 번 다시 쓰고 있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 저는 두 가지 감정 사이를 왔다 갔다 해요.

두려움과 설렘.

 

몇 달 동안 이 도구는 저의 상상 속에서만 완벽했어요.

혼자 만들 땐 제가 편한 흐름으로 짤 수 있었고 막히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어요.

근데 이제는 달라져요.

 

다른 사람이 이 도구를 열었을 때 제가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쓰실 거예요.

제가 당연하다고 여긴 버튼을 못 찾으실 수도 있고, 제가 안 넣은 기능을 당연히 있을 거라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솔직히 두려워요.

"이 도구가 부족하다는 걸 그분들이 눈치채면 어떡하지."

이 생각이 자꾸 마음을 눌러요.

 

만든 사람은 언제나 자기 도구의 흠을 가장 잘 알아요.

여기는 이래서 부족하고, 저기는 저래서 못 다듬었고.

그런데 이제 그 흠을 누군가에게 보여줘야 하는 시간이 왔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두려움 옆에 설렘도 있어요.

몇 달 동안 이 도구는 정말 저 혼자만의 것이었어요.

제가 이렇게 만들면 이럴 것이고, 저렇게 하면 저럴 것이라는

저의 예측만 존재하는 세계였어요.

 

근데 다른 사람이 손에 잡는 순간 이 도구는 저의 것이 아니게 돼요.

각자의 방식으로 쓰일 거고, 각자의 언어로 피드백이 돌아올 거예요.

그 순간 이 도구가 진짜 살아있는 존재가 되는 거예요.

 

가끔 이런 생각을 해요.

도구를 만드는 일과 빵을 만드는 일은 비슷한 데가 있어요.

빵도 처음엔 저 혼자만의 것이에요.

 

레시피를 짜고, 반죽을 만지고, 오븐 앞에서 기다리는 그 시간까지.

근데 오븐에서 나온 빵이 누군가의 입에 들어가는 순간

그 빵은 저의 것이 아니게 돼요.

 

만든 사람의 것이 아니라 먹는 사람의 것으로.

도구도 똑같더라고요.

만드는 시간은 저의 것이지만 사용하는 시간은 사용자의 것이에요.

 

지원해주신 분들의 답변을 다시 읽어보고 있어요.

폼에 적어주신 문장 하나하나가 저에겐 정말 소중해요.

"원가 계산에서 답답한 부분"에 적어주신 그 문장들이

앞으로 몇 주 동안 저와 이분들의 대화의 시작점이 될 거예요.

 

곧 첫 이메일을 보낼 거고, 곧 첫 답장을 받게 될 거예요.

 

그 순간이 아마 저에게는 잊지 못할 순간이 될 것 같아요.

 

 

몇 년 전 빵집을 처음 열었던 날이 떠올라요.

첫 손님이 들어오시기 전 빵을 진열해 두고 저는 카운터 뒤에 조용히 서 있었어요.

"누가 사갈까, 누가 마음에 들어할까, 아무도 안 오면 어떡하지."

 

지금이 딱 그 마음이에요.

빵집을 처음 여는 날의 그 조용함.

이번엔 도구를 여는 조용함이에요.

 

곧 첫 이메일이 나가고, 곧 첫 응답이 돌아올 거예요.

지원해주신 분들 덕분에 저는 다시 한 번 "처음" 이라는 시간을 살고 있어요.

두렵고, 설레고, 감사하고.

이 모든 감정이 뒤섞인 채로 저는 지금 노트북 앞에 있어요.

이번 주말 안에 첫 이메일이 나갑니다.

받으시는 분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열어보실 수 있도록.

 

그렇게 만들어서 보내드릴게요.

혼자 만들던 시간이 이렇게 끝나고 함께 만드는 시간이 시작돼요.

좋은 도구는 혼자 만들 수 없다는 걸 매일 새롭게 배우고 있어요.

 

곧 만나요.

 

 

 

 

빵을 굽는 남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