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메일 한 통이 왔어요.
"오늘부터 사용해볼게요."
이 짧은 한 문장이 저에겐 정말 큰 순간이었어요.
지난 몇 달 동안 저 혼자 상상하고 만들었던 원가계산 시스템이
이제 정말 다른 사람의 손에 잡히는 그 순간이었거든요.
메일을 받고 저는 한참을 창밖만 봤어요.
이 도구를 처음 만들 때는
"완성되면 얼른 사람들에게 보여주자" 는 마음뿐이었어요.
근데 정작 그 순간이 오니 설렘보다 걱정이 앞섰어요.
"내가 만든 이 도구가 그분에게 도움이 될까?"
"버튼 위치가 헷갈리시진 않을까?"
"제가 놓친 부분을 발견하시면 어떡하지?"
📱 화면을 몇 번이나 확인했어요.
혹시 답장이 왔을까 봐.

메일을 보낼 때 정말 오래 고민했어요.
어떻게 안내해야 편안하게 사용하실까.
- 사용법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알려드릴까
- 아니면 자유롭게 만져보시게 놔둘까
결국 저는 중간을 골랐어요.
핵심 흐름 하나만 짧게 설명드리고
"자유롭게 만져보시고, 뭐든 물어봐 주세요" 라고 남겼어요.
만드는 사람이 너무 설명을 많이 하면
사용하는 사람이 도구를 만나기 전에 지쳐요.
그래서 조금 물러났어요.
설명을 줄이고, 여백을 남기는 편지.
메일을 보내고 나서 저는 오히려 마음이 조용해졌어요.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건 기다리는 일 하나예요.
그분이 도구를 여시고,
버튼을 누르시고,
어떤 문장을 저에게 보내오실지.
그 답장이 오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알 수 없어요.
이 조용함이 사실 지금 저의 가장 낯선 감각이에요.
만드는 시간엔 늘 뭔가를 하고 있었거든요.
기획하고, 코드 짜고, 다시 지우고, 수정하고.
근데 이제는 아무것도 할 게 없어요.
할 수 있는 건 오직 기다리는 일뿐.

빵을 만들 때도 이런 순간이 있어요.
반죽을 오븐에 넣고 문을 닫는 그 순간.
이제 오븐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제가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25분을 기다려야 하고 그 시간 동안 제가 할 수 있는 건
오븐 창 너머로 조용히 보는 일 뿐이에요.
지금 저는 그런 시간을 살고 있어요.
메일 창을 열어놓고 답장이 오기를 조용히 기다리는 밤.
솔직히 말하면 답장이 오는 게 무섭기도 해요.
"이건 왜 이래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제가 못 챙긴 부분이 있다는 뜻이거든요.
만든 사람은 언제나 자기 도구의 흠을 가장 잘 알아요.
여기가 부족하고, 저기가 아쉽고.
그런데 그 흠을 사용하시는 분이 직접 발견하시면
그 순간이 사실 저에겐 아주 부끄러운 순간이에요.
그런데 다른 한 편으로는
그 부끄러움을 받아들이려고 마음먹었어요.
이번 테스트가 왜 필요했는지 생각해보면
혼자서는 못 보는 부분을 누군가와 함께 봐야 하기 때문이거든요.
제가 열 번을 확인해도
못 찾는 흠을 사용자는 처음 사용해도 바로 발견해요.
그건 능력이나 정성의 문제가 아니에요.
"만드는 시선"과 "쓰는 시선"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이 두 시선이 만나야 비로소 도구가 완성돼요.
그래서 저는 답장을 기다리고 있어요.
부끄러운 순간이 오더라도
그게 이 도구가 완성되어가는 신호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면서요.

앞으로 몇 주 동안 지원해주신 여러분들과 차분히 이야기를 이어갈 예정이에요.
첫 답장이 오면 저는 그 문장을 오래 들여다볼 거예요.
칭찬이든, 질문이든, 아쉬움이든 그 어떤 문장도
저에게는 지금 정말 소중해요.
혼자 만들 땐 만날 수 없었던 그 문장들이 이제 조금씩 저에게 도착할 거예요.
메일 창을 열어두고 오늘도 조용히 기다리고 있어요.
좋은 도구는 혼자 만들 수 없다는 걸 매일 새롭게 배우고 있어요.
곧 만나서 이 도구의 다음 얼굴을 함께 만들어가고 싶어요.
빵을 굽는 남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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