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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커의하루

빵집 문을 열기 전 30분의 조용함 - 하루 중 가장 정성이 짙은 시간 오전 9시 30분.가게 문 앞에 걸어둔 팻말이 아직 "CLOSED" 인 시간. 빵집의 하루 중 저는 이 30분을 가장 좋아해요.이유는 잘 설명하기 어려운데 매일 이 시간이 되면 왠지 잠깐 마음이 조용해져요. 새벽부터 반죽을 만들고, 발효를 기다리고,성형하고, 오븐에 들여보내고, 꺼낸 빵을 식힘망에 옮기고.이 모든 일이 6시간 정도 걸려요. 10시에 문을 열려면 새벽 4시에 반죽을 시작해요.그리고 9시 30분쯤이 되면 갓 구운 빵들이 모두 식힘망 위에 놓여 있어요.진열대에 옮기기 딱 좋은 온도로 식은 상태.이때부터 30분이 저에게는 하루 중 가장 조용한 시간이에요. 빵을 하나씩 진열대로 옮겨요.앞에 놓을지, 뒤에 놓을지,어떤 각도로 놓을지, 어떤 조명 아래 놓을지.이 세밀한 결정들을 30분 동안 조용히 .. 더보기
9월 문턱, 아침 공기가 달라지는 순간 - 계절이 반죽을 바꿔놓아요 며칠 전 새벽에 창문을 열었어요.몇 주 전과 다르게 공기가 살짝 서늘해요. 아직 낮에는 30도 가까이 올라가지만새벽 5시의 공기는 분명히 8월과 달라요.이럴 때 저는 반죽을 마주하면 살짝 긴장돼요.계절이 바뀌면 반죽도 함께 바뀌거든요. 여름 내내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반죽을 만들었어요.밤새 시원했던 공기 덕에 반죽 온도가 안정적이었고 발효도 예측 가능했어요.여름 새벽은 여름 반죽의 친구였어요. 근데 9월이 되면 새벽 공기가 서서히 달라져요.25도였던 새벽이 22도가 되고,어느 날 아침엔 20도까지 떨어져요.이 3~5도 차이가 반죽에겐 큰 변화예요. 같은 레시피로 반죽을 만들었는데어제와 다른 결과가 나와요.여름 내내 65% 가수율로 잘 되던 반죽이 9월 되면 살짝 되직해져요. 밀가루도 공기 중 습도를 덜.. 더보기
오븐 앞에서 기다리는 시간 - 굽기가 완성되는 마지막 순간 반죽이 오븐에 들어가는 순간 저는 카운트다운을 시작해요.25분. 이 시간 동안 오븐 안에서는 정말 많은 일이 벌어져요.저는 그 앞에 조용히 서서 오븐 창을 들여다보곤 해요.가끔 이 시간을 왜 이렇게 좋아하는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어요. 처음 3분 반죽이 급격히 부풀어요.이걸 오븐 스프링 이라고 해요. 오븐 열이 반죽 안으로 스며들면서안의 공기와 이스트가 만든 가스가 한꺼번에 팽창해요.이 3분이 사실 굽기의 가장 극적인 순간이에요.반죽 표면은 아직 부드러운데안에서 밀어올리는 힘이 빵의 최종 볼륨을 결정해요. 5~7분 표면이 서서히 마르기 시작해요.수분이 증발하면서 크러스트가 형성돼요. 이때 오븐 문을 열면 안 돼요.찬 공기가 들어가는 순간 반죽이 놀라서 주저앉거든요.오븐 창으로만 조용히 보는 게 규칙이에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