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시작할 때마다
손끝으로 반죽을 느낍니다.
습도에 따라, 온도에 따라,
반죽은 매일 다른 표정을 짓지요.
손끝에 닿는 질감이 단단한 날도 있고,
물처럼 흐를 듯 부드러운 날도 있습니다.
그 미묘한 차이를 느끼는 것이
이제는 제 하루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반죽을 치대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이 하나씩 가라앉습니다.
손의 움직임에만
집중하다 보면,
반죽과 제가 같은 리듬으로 호흡하고 있다는 걸 느끼죠.
그 순간엔 오로지 ‘지금 여기에 있다’는 감각이 살아납니다.

처음엔
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고 싶었습니다.
정해진 시간 안에 반죽을 끝내야 하고,
정확한 온도와 수분 비율을 맞춰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죠.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빵은 숫자로만 완성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요.
기록보다 더 중요한 건
손의 기억, 그리고 마음의 여유였습니다.
이제는 반죽의 상태를
눈으로 보기보다 손으로 느끼고,
시간을 재기보다
반죽의 호흡에 맞춰 기다립니다.
그 기다림이 쌓여 반죽은
스스로 힘을 가지게 되고,
그 힘이 오븐 안에서 자연스럽게 살아납니다.
빵을 배우며 얻은 가장 큰 배움은
‘집중’이 아니라 ‘존중’이었습니다.
반죽의 흐름을 억지로 조절하려 하지 않고,
그날의 반죽이 가진 속도를 따라가 주는 것.
그게 손끝의 기술이고,
마음의 기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루 한 번 반죽을 느끼는 시간은
단순히 빵을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하루를 차분히 되돌리고
스스로를 정돈하는 명상의 시간입니다.
손끝에서 시작된 집중이
마음의 중심을 세워주고,
그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빵은
누군가의 식탁 위에서 따뜻한 하루의 시작이 됩니다.
빵을 굽는 남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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