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담다브레드 이야기

“밀가루 대신 마음을 반죽한다면” - 재료보다 중요한 것

 

빵을 만들다 보면,

종종 이런 생각이 듭니다.
‘좋은 재료로 만들면 좋은 빵이 될까?’
물론 재료는 중요합니다.
밀가루의 품질,

버터의 향,

소금의 농도,
이 모든 것이 빵의 맛과 식감을 결정짓죠.

하지만 오래 반죽하다 보면
그보다 더 미묘한 무언가가 있다는 걸 느낍니다.
같은 레시피,

같은 재료로 만들어도
누가 만들었느냐에 따라 빵의 온기가 다릅니다.
그 차이는 아마 ‘마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날,

공방 수업에서 한 제빵 지망생이 물었습니다.
“선생님, 반죽이 이상하게 오늘따라 말을 안 들어요.”
그날 그녀는 꽤 지쳐 보였고,

손끝의 힘도 평소보다 약했습니다.
저는 그 반죽을 살짝 만져보다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오늘 마음이 바쁜가 봐요. 반죽이 그걸 그대로 느꼈네요.”

 

반죽은 사람의 손끝 온도를 기억합니다.
조급하면 표면이 거칠어지고,
마음이 조용하면 부드럽게 결이 잡히죠.
그걸 경험하고 나면,
빵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 드러나는 언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밀가루

반죽의 몸을 만들지만,
마음

반죽의 숨을 만듭니다.
기계로 반죽할 수도 있고,

손으로 반죽할 수도 있지만
어느 쪽이든 만드는 사람의 리듬과 호흡이 들어갑니다.
그 리듬이 일정하고 따뜻할수록,
빵은 더욱 살아 있는 향을 품게 되죠.

그래서 저는 늘 ‘빵을 만든다’는 말을
마음을 반죽한다’는 말로 바꾸어 생각합니다.
하루의 감정, 오늘의 기분, 그날의 공기까지 ~
모두 반죽 안에 스며듭니다.


 

 

요즘은 좋은 재료,

정밀한 온도 조절,

정해진 시간표가
맛의 기준이 되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 모든 것 위에
마음을 담는 일’을 놓고 싶습니다.

 

빵은 결국 사람이 만드는 음식입니다.
손끝에서, 마음에서,
보이지 않게 전해지는 온기가
가장 중요한 재료입니다.

 


 

 

빵이 오븐 안에서

천천히 부풀어 오를 때,
저는 늘 이런 상상을 합니다.
“만약 밀가루 대신 마음을 반죽할 수 있다면,
그 빵은 어떤 맛일까?”

 

아마도 정성의 향이 날 거예요.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덜 외롭게 해주는,
따뜻한 냄새 말이죠.

 

 

빵을 굽는 남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