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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배우다

크루아상 - 버터를 섞지 않고 접는 빵, 라미네이션의 세계 (빵 종류 시리즈 5편)

빵 종류 시리즈, 다섯 번째 이야기예요.

지난주 브리오슈 는 버터를 반죽 안에 섞어 넣는 빵이었어요.

오늘의 빵은 같은 버터를 쓰는데 방법이 정반대예요.

 

크루아상은 버터를 섞지 않고, 접어 넣어요.

크루아상을 한 입 베어 물면 겉이 바스러지면서 부스러기가 쏟아지죠.

단면을 잘라보면 안쪽이 벌집처럼 비어 있어요.

그 구멍들은 어디서 생기는 걸까요?

 

 

크루아상 반죽은 두 덩어리로 시작해요.

하나는 밀가루, 우유, 설탕, 소금, 이스트로 만든 기본 반죽.

다른 하나는 납작하게 편 버터 한 장이에요.

이 버터를 반죽으로 감싸고, 밀어 펴고, 접어요.

이 과정을 라미네이션이라고 불러요.

 

숫자로 보면 이해가 쉬워요.

반죽을 길게 밀어 세 겹으로 접는 걸 3절 접기라고 해요.

한 번 접으면 3겹,

두 번 접으면 9겹,

세 번 접으면 27겹.

버터 한 장이 접을 때마다 세 배로 늘어나요.

 

오븐에 들어가면 그 얇은 버터층 사이의 수분이 수증기로 변하면서 반죽층을 밀어 올려요.

그렇게 벌어진 자리가 벌집 같은 구멍이 되고,

그게 우리가 '결'이라고 부르는 모양이에요.

그럼 더 많이 접으면 더 좋은 결이 나올까요?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너무 많이 접으면 버터층이 얇아지다 못해 끊어지고, 반죽과 섞여버려요.

그러면 결 대신 빵처럼 촘촘한 속이 돼요.

결은 접은 횟수가 아니라,

버터층이 끊기지 않는 데서 나와요.

 

 

그래서 라미네이션에서 제일 중요한 건 온도예요.

반죽과 버터가 같은 단단함이어야 해요.

버터가 너무 차가우면 밀 때 부서져서 조각조각 끊어지고,

너무 따뜻하면 녹아서 반죽 속으로 스며들어요.

 

현장에서는 버터를 13~15℃ 정도,

손으로 휘었을 때 부러지지 않고 휘어지는 상태로 맞춰요.

여름에 버터가 자꾸 녹는다면 에서 작업장 온도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크루아상은 그 온도 관리가 가장 날카롭게 드러나는 빵이에요.

 

접고 나면 바로 다음 접기로 가지 않아요.

냉장고에서 30분 정도 쉬게 해요.

밀면서 긴장한 글루텐이 풀어질 시간이 필요하고,

버터도 다시 단단해져야 하거든요.

솔직히 말하면 이 휴지 시간이 제일 참기 힘들었어요.

 

세 번 접는 데 쉬는 시간까지 넣으면 두 시간이 넘게 걸리니까요.

한 번은 마음이 급해서 휴지를 짧게 끊고 바로 접었다가,

버터가 반죽 밖으로 삐져나온 적이 있어요.

그날 크루아상은 결 대신 버터 웅덩이에서 튀겨진 것처럼 나왔어요.

 

 

접기가 끝나면 얇게 밀어서 길쭉한 삼각형으로 잘라요.

넓은 쪽부터 돌돌 말아 올리면 우리가 아는 그 모양이 돼요.

 

2차 발효는 26~27℃ 정도로 해요.

버터가 녹기 시작하는 온도보다 조금 낮게 맞추는 거예요.

브리오슈 때도 같은 이야기를 했었죠.

버터가 많은 빵은 발효실 온도를 욕심내면 안 된다는 것.

 

옆에서 봤을 때 층층이 쌓인 결이 보이기 시작하고,

살짝 흔들면 반죽이 흔들릴 때가 오븐에 넣을 때예요.

200℃ 전후에서 15~18분 정도, 진한 갈색이 날 때까지 구워요.

 

 

크루아상의 버터는 한 번에 많이 넣는다고 맛있어지지 않아요.

버터의 세계 에서 버터마다 녹는 온도와 수분이 다르다고 했는데,

크루아상에는 수분이 적고 잘 휘어지는 버터가 잘 맞아요.

 

어떤 버터를 고르느냐도 결을 정하는 일이에요.

예전에 쓴 시간과 손길이 만든 결, 크루아상 이야기 에서는 이 빵을 만드는 마음을 이야기했었어요.

오늘은 그 결이 어떻게 생기는지를 숫자로 따라가 봤어요.

 

다시 정리해 보면 크루아상은 버터를 많이 넣는 빵이 아니라,

버터를 끊기지 않게 지켜내는 빵이에요.

서두르면 무너지고, 기다리면 쌓이는 빵.

빵 종류 시리즈의 마지막 편은 시간이 맛을 만드는 빵, 사워도우예요.

 

 

 

빵을 굽는 남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