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천연발효를 접했을 때는,
그저 호기심이었습니다.
‘이스트를 넣지 않아도 빵이 부풀까?’
‘자연 속 미생물만으로 충분할까?’
그 단순한 궁금증이
저를 아주 긴 여정으로 이끌었습니다.
처음엔 실패의 연속이었습니다.
하루를 꼬박 기다렸는데도
기포 하나 생기지 않은 반죽,
과하게 발효되어
시큼해진 냄새에 결국 버려야 했던 반죽들.
그런 날이 며칠, 몇 주씩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실패가 싫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은
반죽의 표면에 조그만 기포가 맺히는 걸 보고,
‘아, 살아 있구나’ 하는 묘한 감동이 밀려왔죠.
그때 알았습니다.
천연발효는 기술이 아니라 기다림과 관찰의 예술이라는 걸요.
천연발효종은
살아 있는 존재입니다.
온도, 습도, 밀가루의 종류, 그리고 만드는 사람의 손끝 ~
모든 것이 미세하게 영향을 주며
서로의 균형을 찾아갑니다.
그 과정은 마치 ‘작은 생명을 돌보는 일’과도 같습니다.
매일 아침,
저는 종지 속의 발효종을 살피며 인사를 건넵니다.
“오늘은 기분이 어때?”
그날따라 기포가 활발하면 마음이 놓이고,
조용하면
‘어제는 좀 추웠나?’ 하며 방 온도를 다시 맞춰봅니다.
이 작은 대화 속에서
저는 ‘빵’이 아니라, ‘시간’을 배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천연발효의 매력은
결국 시간의 맛에 있습니다.
급하게 만든 빵은 부풀기는 하지만,
깊은 향이 없습니다.
하지만 천천히,
그리고 정직하게 발효된 반죽은
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촉촉하고, 씹을수록 단맛이 번집니다.
그건 단순히 밀가루의 향이 아니라,
기다림이 만들어낸 자연의 언어입니다.
빵 한 조각을 베어물면,
그 안에는 온도와 시간, 그리고 손끝의 인내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담다브레드가
천연발효를 고집하는 이유는
그 과정 속에 ‘사람의 마음’이 담기기 때문입니다.
빵을 굽는 일이 단지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함께 나누는 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죠.
어쩌면 천연발효는
우리에게 이렇게 속삭이는지도 모릅니다.
“서두르지 않아도 돼. 기다림 끝에 오는 맛은 언제나 충분하니까.”
빵을 굽는 남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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