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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배우다

제과와 제빵의 차이를 체감한 날

 

 

어느 날이었다.

같은 반죽을 만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결과는 전혀 다른 세계로 흘러가는 걸 보며 비로소 깨달았다.
‘아, 제과와 제빵은 비슷한 듯하지만 완전히 다른 언어구나.’

 

 

처음에는 둘의 차이가

그저 레시피의 차이,

또는 기술의 난이도 정도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손으로 반죽을 만지고, 버터를 접고, 크림을 휘핑하고,

오븐 앞에서 초조하게 서 있는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제과는 섬세한 계산의 세계였고,

제빵은 살아 있는 발효의 세계였다.

 

제과는 조금의 실수도 허락하지 않았다.
계량 스푼 하나, 온도계의 숫자 하나가 달라지면

바로 결과물이 뒤틀렸다.

설탕이 몇 그램만 덜 들어가도

식감이 변하고, 버터의 상태가 조금만 따뜻해져도 결이 무너졌다.
재료 간의 균형을 수치로 맞추는 정밀함의 예술이었다.

 

 

반면

제빵은 숫자보다 손의 감각과 시간의 흐름이 더 중요했다.
반죽을 손끝으로 눌러보며

“아, 지금은 쉬어야 할 때구나”를 알아차리는 순간들.
기온 1도, 습도 몇 퍼센트의 차이에도 발효는 미묘하게 다르게 반응했다.
마치 반죽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처럼,
“조금 더 기다려줘”
“지금이야, 지금이 딱 좋아”
하고 속삭이는 느낌이었다.

 

그날

나는 제과에서의 ‘정확함’이 제빵에서는 ‘여유’를 이길 수 없다는 걸 배웠다.
또 제빵에서의 ‘감각’이 제과의 ‘질서’를 대신할 수도 없다는 것까지.

 

 

실습이 끝난 후,

테이블에 놓인 두 가지의 결과물을 바라보며 묘한 감정이 들었다.
제과의 케이크는 잘 정돈된 선과 결로 반듯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고,

제빵의 빵은 발효로 스스로 부풀어 오른 자연스러운 따뜻함이 배어 있었다.

 

 

둘 다 멋지고,

둘 다 어려웠다.
하지만 나는 그날 확실히 알게 되었다.

 

 

내 마음이 더 오래 머무는 곳은,
숫자보다 손의 감각이 말하는 세계였고,
정밀함보다 기다림이 만든 따뜻한 세계였다.

 

그리고 이 깨달음이,

언젠가 담다브레드의 빵들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거라는 걸 믿게 되었다.

 

 

 

빵을 굽는 남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