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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배우다

오븐 온도 조절의 난관

 

빵을 굽기 시작한 뒤 가장 많이 마주한 벽은

기술도, 반죽도, 레시피도 아니었다.
바로 오븐 온도 조절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숫자 조절이라고 생각했다.
180도면 180도,

230도면 230도.
그 숫자 안에 정답이 들어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반죽과 오븐 앞에 서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하나씩 알아갔다.
같은 230도라도 오븐마다 기질이 다르고,
같은 오븐이라도 시간대마다 숨을 쉬듯 온도가 달라지고,
반죽의 수분감이나 발효 상태에 따라 '오늘의 적정 온도'는 매번 달라진다는 사실을.

 

내가 가장 당황했던 날은

이런 날이었다.
평소처럼 예열을 해두고

치아바타 반죽을 넣었는데,
겉은 금방 색이 나는데 속은 익지 않고,
스팀은 충분히 넣었는데도 구움색이 멍하게 올라왔다.
원인을 찾기 위해

다시 예열, 다시 굽기, 다시 점검을 반복했다.

 

 

그 과정에서 깨달았다.
문제는 "온도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온도를 ‘이해하는 것"이라는 걸.

 

 

오븐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열의 흐름, 공간의 구조, 스팀의 움직임 등
수많은 요소가 동시에 작용하는 하나의 환경이었다.
그래서 온도를 숫자로만 기억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었다.

 

 

냉랭한 날에는

오븐이 열을 빨리 잃고,
습한 날에는

스팀이 더 오래 머물며 반죽의 표면이 늦게 마르고,
반죽을 많이 넣으면 열이 분산되고,
돌판이 예열되지 않았을 때는

바닥 색이 제대로 나지 않았다.

 

 

숫자 위에 이런 감각을 쌓아야만 비로소
오븐이라는 세상과 “대화”할 수 있다는 걸 늦게야 배웠다.

 

어느 순간,

나는 오븐 앞에서 온도를 보는 내 시선이 달라져 있는 걸 발견했다.
이제는 숫자보다
반죽이 올라오는 속도,
스팀이 빠져나가는 소리,
구워지는 냄새,
구움색이 천천히 변하는 빛깔을 먼저 살핀다.

 

 

오븐 온도 조절의 난관은, 결국
기계가 아닌 ‘상황’을 읽는 힘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이 과정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시간이 쌓일수록,
오븐과 나는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언젠가 담다브레드의 오븐에서는
내가 이해한 온도와 반죽의 감각이 편안히 만나
가장 아름다운 구움색을 가진 빵들이 태어날 거라고,
나는 오늘도 믿고 있다.

 

 

 

빵을 굽는 남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