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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다브레드 이야기

빵을 굽는 건 결국 나를 굽는 일

 

빵을 굽다 보면,

늘 같은 레시피와 같은 손길을 따라가는데도

결과는 매번 조금씩 다릅니다.

 

밀가루와 물, 소금, 이스트나 발효종은 같은데,

오늘의 반죽은

어제의 반죽과 똑같지 않습니다.

 

날씨의 습도, 손끝의 힘,

기다림의 시간,

그리고 제 마음의 여유가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가끔은

‘조금만 더 기다리면 반죽이 더 부풀 거야’

라는 생각에 욕심을 내지만,

결국 무너져버린 모습을 보며후회할 때도 있습니다.

 

반대로,

서두르다 덜 익은 속살을 마주하면,

조급했던 제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 듯 부끄러워집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깨닫습니다.

 

빵을 굽는 과정은

단순히 제빵 기술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그대로 비추는 거울 같다는 것을요.

 


 

 

빵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반죽은 제가 쏟아낸

인내와 마음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다가,

오븐 안에서 정직하게 답해줍니다.

 

조급한 마음은 조급한 빵으로,

기다림의 여유는 깊은 풍미로,

무심함은 허전한 속살로 나타납니다.

 


 

 

반죽은 제 의도대로

움직여주는 듯하면서도,

결국은 저의 태도와 시간을 반영해 결과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저는 빵을 굽는 일이

제 자신을 굽는 일과 같다고 느낍니다.

 


반죽을 치대는 과정에서

저는 묵직한 감정을 내려놓고, 기

다림 속에서 조급한 마음을 다스립니다.

 

오븐 앞에 서서

한 덩이의 빵이

익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동안,

사실은 제 마음도 조금씩 익어갑니다.

 


 

 

실패한 빵을 꺼내며

좌절하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저의 부족함을 발견하고

다시 배웁니다.

 

어떤 날은 기대 이상으로

잘 부풀어 오른 빵을 보며,

‘아, 오늘은 나도 조금 더 자라났구나’

라는 위로를 받습니다.

 

그 순간,

빵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저를 성장시키는 스승이 됩니다.

 


 

담다브레드

그래서 단순한 빵집이 아닙니다.

 

여기서 굽는 빵들은

제가 매일 스스로를 단련하고 다듬어가는

작은 기록들입니다.

 

반죽을 손끝으로 느끼고,

기다림을 배워내고,

실패를 안고도 다시 일어나는 과정.

그 모든 길 위에 저 자신이 있습니다.

 

 

결국

빵을 굽는 일은,

나를 굽는 일과 다르지 않습니다.
밀가루와 물로 만든 작은 덩어리가 오븐에서 빵으로 태어나듯,

저 또한 매일 빵과 함께 조금씩 더 익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빵을 굽는 남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