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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다브레드 이야기

보인다는 것— 숫자가 쌓이면 보이기 시작하는 것들

처음으로 숫자가 맞아떨어졌던 날,
저는 한참 화면을 바라봤어요.

빵 하나하나의 원가가
제대로 나온 거예요.

재료값,
포장재,
폐기율까지 반영된
실제 원가.

그동안 감으로만 알고 있던 것들이
숫자로 보이기 시작했어요.


제일 먼저 확인한 건
소금빵이었어요.

가장 많이 팔리는 빵이라
당연히 가장 남는 빵일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원가를 보니
생각보다 마진이 얇았어요.

반죽에 들어가는 버터 양,
발효 시간이 긴 만큼 드는 가스비,
하루에 여러 번 굽는 횟수.

그걸 다 더하고 나니
남는 금액이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꽤 적었어요.

반대로 의외의 빵도 있었어요.

별로 팔리지 않아서
사실 없애려고 했던 빵인데,
원가가 낮고
가격 대비 마진이 좋은 편이었어요.

"이게 사실 더 남는 빵이었네."

그 한 줄을 보는데
조금 복잡한 기분이 들었어요.

감이 틀린 게 아니었어요.

소금빵은 정말로 잘 팔렸고,
그게 가게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숫자는
감이 보여주지 못한 것까지
보여줬어요.

많이 팔린다는 것과
많이 남는다는 것이
같지 않다는 것.

그동안 저는 그 둘을
비슷한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숫자로 보고 나서야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는 걸 알았어요.

이틀 동안
빵 열다섯 가지의 원가를
하나씩 다 돌려봤어요.

보면서 계속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왜 이걸
진작 보지 못했을까.

사실 보고 싶지 않았던 것도 있었어요.

오래 팔아온 빵인데
원가를 보니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게
숫자로 나왔거든요.

단골 손님들이 좋아하는 빵이라
가격을 바꾸기가 쉽지 않은 빵이었어요.

알고 싶지 않으면
보지 않으면 됐으니까요.

노트를 덮어버리면
그냥 감대로 해왔던 것처럼
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이미 봐버렸어요.

한 번 보고 나면
다시 안 보는 척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숫자는 그런 것 같아요.

보고 싶을 때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한 번 보기 시작하면
계속 보게 만드는 것.

불편해도 보게 만드는 것.

**감각은 오래 다듬어온 것이라
여전히 소중하지만,
숫자는 감각이 놓친 것을
조용히 채워줬어요.**

지금도 프로그램은 계속 다듬고 있어요.

더 정확하게,
더 빠르게,
더 쉽게 볼 수 있도록.

그리고 언젠가는
저처럼 손으로 계산하다가
지친 베이커리 운영자분들께도
보여드리고 싶어요.


제가 처음 숫자를 봤을 때처럼
"아, 이게 이랬구나"
하는 순간을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요.

"숫자는 감각을 이기는 게 아니에요.
감각이 미처 보지 못한 곳을
살짝 밝혀주는 것 같아요."

 

 

 

빵을 굽는 남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