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막힌 건
코드가 아니었어요.
원가를 입력하는 칸을
만들려고 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원가가 뭐지?

재료값이요?
맞아요, 그건 분명하죠.
그럼 포장재는요?
그것도 원가죠.
전기세는요?
음… 들어가긴 하는데.
한 달 전기세를 빵 수량으로
나누면 되는 건가요?
가스비는요?
오늘 오븐을 몇 시간 켰는지
어떻게 계산하죠?
그럼 오늘 실패한 반죽은요?
버린 밀가루값은요?
팔리지 않아서
폐기한 빵들은요?
그리고,
제 시간은요?
빵 한 개를 만드는 데
제가 쓰는 시간.
반죽하고,
발효를 기다리고,
성형하고,
오븐 앞에서 기다리는 시간.
그게 원가에 들어가야 할까요,
말아야 할까요?
넣으면 가격이 너무 높아질 것 같고,
빼면 제 노동이
어딘가로 사라지는 것 같고.
어떤 날은
그냥 재료값만 넣고 싶었어요.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밀가루에 버터에 계란값만
더하면 되는 거 아닐까, 하고.
하지만 그렇게 계산하면
진짜 원가가 아닌 거잖아요.
한동안 그 질문 앞에서
멈춰 있었어요.

이걸 정하지 않으면
프로그램을 만들 수 없었어요.
칸을 만들려면
먼저 무엇을 담을지 알아야 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전에
원가의 정의부터 써내려가기 시작했어요.
항목 하나하나를 적으면서
이건 넣고, 저건 빼고.
넣을수록 원가는 올라가고,
빼면 계산이 부정확해지는
그 사이 어딘가를 찾아가면서요.
쉽게 끝날 것 같았던 작업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어요.
항목 목록 하나 만드는 데
이틀이 넘게 걸렸거든요.
그러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건 원가 계산의 문제가 아니라,
내 가게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어떤 기준으로 가격을 정할 것인가.
그 철학을 먼저 정하는 일이라는 걸.
도구를 만들다가
경영 철학을 쓰게 된 거예요.
그때 알았어요.

원가 계산이 어려운 건
수학이 어려운 게 아니라는 걸.
무엇을 원가로 볼 것인가,
그 기준을 정하는 게
사실 제일 어렵다는 걸.
그리고 그 기준은
사람마다, 가게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다는 걸.
아직도 완벽하게 정했다고는
말하기 어려워요.
만들면서 계속 바뀌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적어도 내가 무엇을 기준으로
계산하고 있는지는 알아요.
그것만으로도
노트를 뒤지던 시절과는
달라졌다는 게 느껴져요.
도구를 만들다 보니,
오히려 개념이 먼저 정리되었습니다.
빵을 굽는 남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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