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분명히 전에 계산한 것 같은데,
노트를 뒤져봐도
그 페이지가 나오지 않는 것.
그래서 결국
처음부터 다시 계산하는 것.
저는 그런 날이 꽤 많았어요.

소금빵 원가를 계산했던 날,
크림치즈 단팥빵 원가를 계산했던 날.
분명히 계산했는데,
그 결과가 어디 있는지
찾을 수가 없었어요.
노트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거나,
아예 기억에만 남아있거나.
그래서 또 처음부터 했어요.
계산기를 꺼내고,
밀가루 가격을 확인하고,
무게를 달고,
비율을 계산하고.
지난번이랑 똑같은 과정을
또 다시, 처음부터.
처음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매번 재료 가격도 다르고,
배합도 조금씩 달라지니까.
다시 계산하는 게
오히려 정확한 거 아닐까, 하고요.
그런데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재료 가격만 바꾸면
나머지 계산은 똑같잖아.
왜 나는 매번
처음부터 하고 있지?

반복 자체가 문제는 아니에요.
빵을 굽는 일도 반복이고,
매일 같은 시간에 문을 여는 것도 반복이니까요.
하지만 어떤 반복은 의미가 있고,
어떤 반복은 그냥
시간을 쓰는 일이에요.
빵을 매일 굽는 건
매번 조금씩 다른 결과를 만들어가는 반복이에요.
반죽의 온도가 다르고,
발효 상태가 다르고,
그날의 날씨도 다르니까요.
하지만 같은 공식을
매번 처음부터 계산하는 건,
결과도, 과정도
언제나 똑같은 반복이었어요.
그냥 시간을 쓰는 반복.
그걸 깨달은 날부터
만들기 시작했어요.

재료와 무게를 한 번 입력해두면
가격이 바뀌어도 다시 계산하지 않아도 되는 것.
지난번 계산을 찾으러
노트를 뒤지지 않아도 되는 것.
아직 완성은 멀었지만,
그 방향은 분명해졌어요.
반복할 가치가 있는 일에만
시간을 쓰고 싶다는 것.
그 나머지는,
이제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고 싶습니다.
빵을 굽는 남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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