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을 준비하는
일은 언제나 ‘기다림’을 전제로 합니다.
반죽이 발효되기를 기다리고,
오븐이 충분히 달아오르기를 기다리고,
굽고 난 뒤에는 식빵 한 덩이가 완전히 식어
속살을 잡을 때까지 다시 기다립니다.
빵은 늘 자신만의 속도로 움직이고,
그 속도는 사람의 욕심과 상관없이 일정합니다.
담다브레드를 준비하는 요즘,
나는 이 ‘빵의 속도’와 나의 ‘삶의 속도’가
닮아 가는 것을 자주 느낍니다.

처음에는 마음이 조급했습니다.
공방은 언제 열 수 있을까,
기술은 더 빨리 익혀야 하지 않을까,
내가 꿈꾸는 빵을 만드는 날이
너무 멀게만 느껴졌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시간은 묘하게도,
서두르는 마음을 자꾸만 되돌려 놓았습니다.
어느 날,
반죽이 예상보다 훨씬 더 천천히 발효되던 저녁이었습니다.
온도를 잘못 맞춘 것도 아니었고,
재료에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지요.
그저 밀가루가,
그날의 공기가,
그 시간의 반죽이
그 속도로 나아가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때 나는 문득 깨달았습니다.
"빵은 빠르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살아도 된다는 것을".
빵집을 준비하며 내가 배운 것은,
더 많이, 더 빨리, 더 잘하려는 마음보다
조금씩, 꾸준히, 나만의 리듬으로
걸어가는 것이 훨씬 오래 간다는 사실입니다.
지금 배우는 기술도,
매일 반복하는 작은 연습들도,
오늘은 미미해 보이지만 언젠가 큰 힘이 될 것임을
반죽은 조용히 알려줍니다.
빵은 눈앞에서 급격히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천천히, 꾸준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라고 깊어집니다.
담다브레드도 그렇게 자라고 싶습니다.
서두르지 않고,
비교하지 않고,
나만의 속도로 단단해지는 빵집.
누군가 찾아왔을 때,
‘이곳은 참 편안하고 자연스럽다’라고 느낄 수 있는 공간.

빵이 알려줍니다.
빠르지 않아도 괜찮다고.
길을 잃은 것처럼 느껴질 때도,
내가 걷는 이 속도가 바로 나에게 맞는 길이라고.
그 확신 하나면 충분합니다.
오늘도
나는 담다브레드의 속도로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나아갑니다.
빵을 굽는 남자 올림
'담다브레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손님이 없던 날을 상상하며 - 조용한 빵집의 하루 (0) | 2025.12.19 |
|---|---|
| 내가 만들고 싶은 공간 - 담다브레드 공방의 첫 스케치 (0) | 2025.12.12 |
| “손이 먼저 알고 있는 것들” - 기술보다 중요한 감각에 대하여 (0) | 2025.11.28 |
| 언젠가 담다브레드에 오게 될 당신에게 - 아직 문을 열지 않은 빵집에서 전하는 편지 (0) | 2025.11.24 |
| 나는 왜 건강한 빵을 선택했을까 - 담다브레드가 굽고 싶은 빵의 이유 (0) | 2025.1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