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
나는 “기술”과 “시간”이 가장 중요한 줄 알았다.
반죽을 잘하고, 발효를 잘 맞추고,
굽기만 제대로 하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는 작은 요소들이
오히려 빵의 완성도를 크게 바꾼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시작은 작은 도구 하나였다.

어느 날,
선생님이 작업대 위에 조용히 올려둔 하나의 스크래퍼.
이미 집에도 있는 평범한 도구였지만,
손에 쥐는 순간 느낌이 달랐다.
두께가 조금 다르고,
가장자리가 더 부드럽게 처리되어 있을 뿐인데
반죽을 긁어낼 때 잡아당김이 거의 없었고,
작업대에 남는 잔여물도 깔끔하게 정리됐다.
그때 알았다.
도구는 단순히 ‘편하게 하려고’ 쓰는 게 아니라
손이 원하는 움직임을 정확하게 돕는 존재라는 걸.
이후로도 변화는 계속 이어졌다.
걷어내는 브러시 하나를 바꾸니
밀가루의 흔적이 줄었고,
반죽통을 바꾸니
발효 상태를 더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오븐 안의 스팀을 위해
작은 스프레이를 바꿨더니
크러스트의 질감이 달라졌다.
사람의 손은 참 민감하다.
조금 더 잘 잡히는 손잡이,
조금 더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면,
조금 더 정확히 가리키는 눈금.
이 작은 디테일들이 결국 ‘내가 어떤 빵을 만들고 싶은지’에
더 가깝게 데려다 준다.
그리고 그 도구 변화는 작업대의 풍경까지 바꿔놓았다.
조금 더 정돈되고,
조금 더 여유가 생기고,
조금 더 반죽을 존중하는 마음이 생겼다.
아마도 앞으로도
나는 새로운 도구를 만날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무작정 좋은 것을 찾기보다
내 작업 리듬에 스며드는 도구,
내 손이 편안해하는 도구를 고를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빵을 만드는 데에 필요한 것은
거창한 기술이 아닐지도 모른다.
작은 도구 하나,
그 디테일을 느낄 수 있는 마음.
그 작은 차이가
결국 담다브레드의 빵을 다르게 만들어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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