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이미 많은 것을 배웠는데,
왜 나는 아직도 빵을 배우고 있을까.
레시피는 손에 익었고
반죽의 흐름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게 되었는데
여전히 수업을 듣고,
노트를 적고,
다른 사람의 손길을 유심히 바라본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아직 다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빵은 한 번 배웠다고 끝나는 대상이 아니었다.
같은 밀가루, 같은 물, 같은 발효종을 써도
날씨가 바뀌면 결과가 달라지고
손의 온도가 달라지면 반죽의 성격도 변한다.
어제 잘 되던 것이 오늘은 말썽을 부리고
실패라고 생각했던 반죽이
다음 날 더 나은 빵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그래서 배움은 멈추지 않는다.
기술을 더 쌓기 위해서라기보다
변화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다.
빵을 만들수록 확신보다는 질문이 늘어난다.
“왜 오늘은 이럴까?”
“이 반죽은 무엇을 원하고 있을까?”
그 질문에 귀를 기울이려면
계속 배우는 수밖에 없다.
또 하나의 이유는
사람이다.
수업에서 만나는 사람들,
먼저 길을 걸어온 이들의 말 한마디,
실수 앞에서도 담담한 태도.
그 속에서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을 배운다.
빵을 대하는 마음,
일을 대하는 자세,
하루를 쌓아가는 방식.

배우지 않는 순간,
나는 아마도 빵을 ‘안다고’ 착각할 것이다.
하지만 빵은 늘 나보다 앞서 있다.
조금만 방심하면 금세 다른 얼굴을 보여주고
겸손해지지 않으면 맛으로 알려준다.
그래서 나는
아직 배운다는 말이 부끄럽지 않다.
담다브레드를 준비하며
이 배움은 더 중요해졌다.
누군가에게 건네질 빵이라면
내가 아는 만큼만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조금 더 알고,
조금 더 느끼고,
조금 더 깊이 이해한 뒤에
천천히 내놓고 싶다.
빵을 계속 배우는 이유는
완벽해지고 싶어서가 아니다.
멈추지 않고 싶어서다.
빵 앞에서 늘 초심자처럼 서 있기 위해,
오늘의 반죽을 어제의 기준으로 재단하지 않기 위해.

아직 다 알지 못했기에
오늘도 배우러 간다.
그리고 아마도
그 사실이 내가 빵을 계속 만들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빵을 굽는 남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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