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빵을 배울 때는
레시피가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
중량, 온도, 시간까지
정확히 지키면 같은 빵이 나올 거라고 믿었어요.
하지만 빵을 만들수록
그 믿음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레시피로 만든 빵인데도
어떤 날은 반죽이 지나치게 부드럽고,
어떤 날은 유난히 단단했습니다.

분명 틀린 게 없는데
결과는 늘 달랐어요.
그때 처음 깨달았습니다.
레시피는 ‘정답’이 아니라 ‘출발점’이라는 걸요.
담다브레드에는
지키는 기준은 있습니다.
재료를 대하는 태도,
과하지 않게 만드는 방향,
몸에 부담을 남기지 않는 선택들.
하지만 그 기준 안에서
모든 빵을 똑같이 만들지는 않아요.
오늘의 날씨,
반죽의 상태,
오븐의 열,
그리고 만드는 사람의 컨디션까지—
그날의 빵은 그날의 조건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담다브레드는
레시피를 따르기보다 읽습니다.
숫자보다 반죽의 감각을 먼저 보고,
시간보다 상태를 더 믿어요.
조금 느려질 때도 있고,
예상보다 기다려야 할 때도 있지만
그 선택이 결국
빵을 더 자연스럽게 만들어준다고 믿습니다.
빵에는 답이 없습니다.
다만 방향만 있을 뿐이에요.

담다브레드가 찾고 있는 방향은
늘 같은 모양이 아니라
같은 마음으로 만든 빵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레시피를 그대로 베끼기보다,
그날의 반죽에 맞는 답을
조용히 찾아갑니다.
빵을 굽는 남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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