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말씀드렸던
베이커리 용어사전, 드디어 공개했어요.
베이커스 노트에 들어가시면 바로 쓰실 수 있어요.
만드는 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어요.
그중에서도 유난히 정리하기 어려웠던 단어들이 있었거든요.
오늘은 그 세 개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첫 번째는 발효종이에요.
발효종, 사워도우, 르방, 자가효모.
이 네 개가 다 같은 거 같은데 또 다 다르더라고요.
- 발효종: 한국어 일반 용어. 자가효모를 만든 결과물 전체
- 사워도우: 영어. 발효종으로 만든 빵 자체를 가리키기도 함
- 르방: 프랑스어. 발효종의 한 종류, 살아있는 효모를 의미
- 자가효모: 가장 보편적인 표현. 시판 이스트가 아닌 자연 발효 효모
같은 걸 가리킬 때도 있고 다른 걸 가리킬 때도 있어요.
이걸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
일주일 넘게 고민했어요.

결국 이렇게 적었어요.
"이 단어들은 비슷한 개념이지만, 문맥에 따라 의미가 달라집니다.
헷갈리면 그 자리에서 '어떤 의미로 쓰셨어요?' 라고 물어봐도 괜찮아요."
이걸 적으면서 깨달았어요.
용어를 100% 정확히 정의하는 것보다
헷갈릴 수 있다는 것 자체를 알려주는 게 더 친절한 사전이라는 걸.
두 번째는 오토리즈예요.
R&D 책에 적힌 정의: "밀가루와 물만 미리 섞어 20~60분 휴지시키는 과정"
근데 현장에서는
"잠깐 쉬게 두는 시간", "휴지 시간 전체", "벤치 타임이랑 비슷한 거"
다 다르게 써요.
심지어 같은 베이커리 안에서도 사람마다 다르게 부르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이걸 사전에 어떻게 적어야 할지 또 며칠을 고민했어요.

결국 R&D 표준 정의를 먼저 적고,
그 아래에
"현장에서는 종종 '잠깐 쉬는 시간'이라는 더 넓은 의미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휴지(Rest)나 벤치타임과는 다른 개념이에요."
이런 식으로 헷갈리는 지점을 짚어주는 한 줄을 추가했어요.
세 번째는 베이커즈 퍼센트예요.
이건 정의보다 입문자가 받아들이는 방식이 어려웠어요.
밀가루를 100% 기준으로 물·소금·이스트 등 다른 재료의 비율을 표시하는 방법.
예를 들면
밀가루 1,000g 물 650g (= 65%) 소금 20g (= 2%) 이스트 10g (= 1%)
레시피를 1.5배 늘리고 싶으면
밀가루를 1,500g으로 바꾸고 나머지는 퍼센트만 곱하면 돼요.
말로 하면 쉬운데 처음 보는 사람한테는
"왜 밀가루를 100%로 잡지?"
이 질문부터 시작돼요.
그래서 정의 아래에 간단한 예시 표를 함께 넣었어요.
"이렇게 보면 한 번에 이해돼요" 하고 그림으로 한 번 더 풀어준 거죠.

용어사전을 만들면서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이 있어요.
"누구를 위해서 만드는가."
R&D 전문가용 사전은 이미 많아요. 입문자용 위키도 있어요.
근데 그 둘 사이에 있는 사람들
- 베이커리 신입, 홈베이커지만 정확한 말을 알고 싶은 사람, R&D 책을 사서 읽어봐도 막막한 사람 -
이런 분들을 위한 자료는 의외로 드물더라고요.
그래서 용어사전을 만들 때 기준은 단 하나였어요.
"입문자가 보고도 부끄럽지 않게, 전문가가 보고도 틀리지 않게."
이 줄에 맞추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지금 공개한 버전은 200개 정도예요.
앞으로 매주 조금씩 추가할 거고, 틀린 부분은 바로 수정할 거예요.
쓰시다가 헷갈리는 단어가 있으면 댓글이나 메일로 알려주세요.
가장 좋은 사전은 완벽한 사전이 아니라 같이 만드는 사전이라고 요즘 매일 느끼고 있어요.
오늘부터 베이커스 노트에서 한 번 써보세요.
빵을 굽는 남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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