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함을 내려놓게 해 준 아주 조용한 깨달음
처음엔 잘 몰랐어요.
레시피에 적힌 반죽 온도 숫자를 맞추는 게 왜 그렇게 중요한지.
“어떤 빵 반죽 온도 24도”
“어떤 빵 반죽 온도 27도”
그게 뭐라고,
그날 따라 실내 온도가 조금 낮거나
손이 차가웠다는 이유로
반죽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했어요.
어느 날은 반죽이 부풀지 않았고,
어느 날은 겉은 부풀어 올랐는데 속은 텅 비어 있었어요.
그때마다 나는 “왜 안 되지?” 하고
조급한 마음으로 원인을 찾아 헤맸죠.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알게 됐어요.
반죽 온도는 ‘숫자’가 아니라 ‘태도’라는 걸.

빵을 만든다는 건,
‘빨리’보다는 ‘알맞은 때’를 기다리는 일이더라고요.
온도가 맞지 않으면 반죽이 스트레스를 받는것 같았어요.
그저 덜 부풀고 마는 게 아니라,
속 안에서부터 긴장을 하고 버텨낸 흔적이 보여요.
그걸 알아채고 나서부터
저는 반죽을 조금 더 천천히 바라보게 됐어요.
손바닥의 온도, 공기의 움직임,
반죽이 손끝에 닿는 느낌까지 다르게 느껴졌어요.
온도를 맞춘다는 건
숫자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
'지금 이 반죽에게 가장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이었어요.
지금도 저는 완벽하진 않아요.
때로는 온도를 놓치고,
때로는 여전히 마음이 급해지기도 한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알아요.

‘빵을 굽는 사람의 온도’가 반죽에 고스란히 전해진다는 것.
그리고 그 온도는 결국 ‘마음’에서 나온다는 것.
오늘도 반죽을 만져보며 생각해요.
내 마음이 급하면 반죽도 따라 흔들린다는 걸.
그래서 잠시 멈추고, 깊게 숨을 쉬고,
반죽의 온도만큼 내 마음도 맞추려고 해요.
그 조용한 순간이
담다브레드의 시작이었고,
지금도 가장 소중한 시간이에요.
조금 느려도 괜찮아요.
빵은, 그리고 삶도,
‘제 온도’를 기다려주는 손길 속에서 가장 잘 자라니까요~~ ^^
빵을 굽는 남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