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가사키 카스테라가 다시 자주 언급됩니다.
화려한 토핑도 없고,
겹겹이 접는 공정도 없습니다.
그저 네모난 모양의, 아주 단정한 빵.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이 단순한 빵 앞에서 다시 멈춰 섭니다.

카스테라는 재료부터가 솔직합니다.
계란, 설탕, 밀가루, 그리고 물엿이나 꿀.
이 정도면 설명은 끝.
하지만 바로 그 단순함 때문에
만드는 사람의 실력과 태도가 숨을 곳이 없습니다.
계란을 어떻게 풀었는지,
공기를 어디까지 품게 했는지,
굽는 동안 오븐을 얼마나 믿고 기다렸는지.
조금만 흔들려도 결과는 바로 드러납니다.
기교로 감출 수 있는 구간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카스테라는
‘쉬운 빵’이 아니라
정직한 빵에 가깝습니다.
요즘 이 빵이 다시 유행하는 이유도
어쩌면 거기에 있는지도 모른니다.
자극적인 맛과 복잡한 구조에 익숙해진 시대에,
사람들은 오히려
속이지 않는 맛, 설명이 필요 없는 결을
찾고 있는 건 아닐까.
한 입 베어 물면
폭신하지만 가볍지 않고,
달지만 과하지 않습니다.
입 안에서 오래 남기보다는
조용히 사라지는 쪽을 택합니다.
그래서 더 집중하게 됩니다.
이런 빵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보다 먼저 태도가 필요합니다.
재료를 줄일수록
마음은 더 바빠집니다.
어디서 힘을 빼야 하는지,
어디까지 욕심을 내지 말아야 하는지
계속 스스로에게 묻게 되지요.

담다브레드가 생각하는 좋은 빵도
이런 방향에 가깝습니다.
무언가를 더하지 않기보다,
남겨도 되는 것과
꼭 지켜야 할 것을 구분하는 일.
나가사키 카스테라의 유행은
단순히 복고의 흐름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다시 배우고 싶은 태도에
가깝게 느껴집니다.
재료가 적을수록
손길은 정직해지고,
빵은 말을 아낍니다.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만든 사람의 마음이 더 또렷하게 남게 되지요.
빵을 굽는 남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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