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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배우다

성형과 벤치타임 - 반죽을 다루는 손의 기술 (반죽 시리즈 4편)

지난 편에서 1차 발효를 다뤘어요.

반죽이 부풀어 오르며 풍미가 만들어지는 그 시간.

 

오늘은 그 다음 단계인 성형 이야기예요.

발효 끝난 반죽을 만지는 순간 저는 늘 잠깐 멈춰요.

이 반죽이 몇 시간 동안 만들어온 결을

손 하나로 무너뜨릴 수도 있고 반대로 살릴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성형은 정말 미묘한 단계예요.

 

성형은 사실 하나의 동작이 아니에요.

네 개의 작은 단계로 나뉘어 있어요.

 

1. 분할 (Divide) 2. 둥글리기 (Preshape) 3. 벤치타임 (Bench rest) 4. 성형 (Final shape)

이 네 단계가 각각 무엇을 하는지 하나씩 짚어볼게요.

 

 

1. 분할 (Divide)

발효 마친 반죽을 저울로 재서 같은 무게로 나눠요.

식빵이라면 400~500g씩, 바게트라면 250g씩, 모닝빵이라면 40~50g씩.

이때 중요한 건 칼로 자를 때 최소한의 힘만 쓰는 것이에요.

반죽을 억지로 뜯거나 잡아당기면 글루텐 구조가 무너져요.

R&D에서는 스크레이퍼(도우 커터) 로 한 번에 자르는 걸 권해요.

 

2. 둥글리기 (Preshape)

자른 반죽을 공 모양으로 잡아요.

이걸 프리셰이핑 이라고 해요.

왜 미리 둥글게 잡느냐면 최종 성형을 쉽게 만들기 위해서예요.

 

반죽 표면에 살짝 텐션을 주면서 안에 있던 가스를 균일하게 재배치해요.

이때 너무 세게 잡으면 안 돼요.

살짝만 표면에 힘을 주고 자연스럽게 굴려주는 정도가 좋아요.

R&D 시절 저는 이 힘 조절을 배우는 데 가장 오래 걸렸어요.

 

세게 잡으면 반죽이 지치고,

너무 살짝 잡으면 텐션이 없어서 발효가 균일하지 않고.

"부드럽지만 확실하게"

이 감각을 손으로 배우는 데 시간이 필요해요.

 

 

3. 벤치타임 (Bench rest)

둥글리기 후에 반죽을 15~20분 쉬게 두는 시간이에요.

왜 이 시간이 필요할까요?

 

방금 둥글리기 하면서 표면에 텐션을 줬는데

그 상태로 바로 최종 성형을 하면 반죽이 잘 늘어나지 않아요.

글루텐이 아직 긴장 상태이기 때문이에요.

 

15~20분 정도 두면 글루텐이 이완돼서 유연해져요.

이렇게 쉰 반죽은 성형이 훨씬 쉽고 표면도 매끄럽게 잡혀요.

 

성형 실패의 절반은 벤치타임을 안 두는 데서 와요.

빨리 만들고 싶어서 바로 성형에 들어가면 반죽이 저항하면서 찢어져요.

이 20분이 성형의 완성도를 결정해요.

 

4. 성형 (Final shape)

이제 원하는 최종 모양으로 잡아요.

바게트는 길게, 식빵은 원기둥 모양, 캉파뉴는 다시 둥글게, 모닝빵은 매끈한 공 모양.

각 성형마다 손의 움직임이 달라요.

 

바게트 성형 예시:

  • 벤치타임 끝난 반죽을 살짝 눌러 사각형으로
  • 위에서 3분의 1 접기
  • 아래에서 3분의 1 접기
  • 다시 접어서 이음매를 닫기
  • 손바닥으로 살살 굴리면서 길이 늘리기

이 과정 하나하나가 빵의 결과 볼륨을 결정해요.

너무 세게 하면 가스가 다 빠져나가고 너무 살짝 하면 표면 텐션이 부족해요.

 

성형에서 가장 자주 하는 실수 세 가지:

1. 손에 밀가루를 너무 많이 뿌리는 것 반죽 표면이 마르면서 성형이 오히려 어려워져요.

2. 반죽을 잡아당기는 것 성형은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감아 올리듯 굴리는 것이에요.

3. 벤치타임을 건너뛰는 것 앞서 말씀드린 그 함정이에요.

"조금만 지나면 편해질 텐데"를 못 참고 바로 성형에 들어가면 빵의 결이 살아나지 못해요.

 

 

성형을 잘하려면 결국 손이 배워야 해요.

책이나 영상으로 익히기 어려운 게 성형이에요.

같은 반죽을 여러 번 만져보면서 힘의 정도, 접는 방향, 굴리는 속도.

이 모든 게 손의 기억으로 남아요.

 

R&D에서는 신입에게 같은 반죽을 30번씩 성형하게 시켜요.

30번을 반복하면 어떤 반죽이 잘 된 성형인지 손이 먼저 알아요.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빵을 만드는 일은 손이 재료를 배우는 일이라고요.

 

머리로 아는 것과 손으로 아는 것은 다른 종류의 지식이에요.

머리로는 "20분 벤치타임"이라고 알아도

손이 배우지 않으면 계속 짧게 자르거나 그 시간을 못 참고 서두르게 돼요.

 

성형은 매일 반복하는 훈련이에요.

빵을 30번 만든 사람과 300번 만든 사람의 성형은 다른 얼굴을 가져요.

 

다음 편에서는 2차 발효 — 오븐 들어가기 전 마지막 시간 을 다뤄볼게요.

성형 끝난 반죽이 어떻게 마지막 부풀기를 거쳐 오븐에 들어가는지.

오늘 만들 반죽을 성형할 때 손에 집중해 보세요.

 

시간을 재는 것도 좋지만 반죽이 손에 남기는 감각을 느껴보세요.

거기서 시작되는 오늘의 빵이 있을 거예요.

 

 

 

 

빵을 굽는 남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