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본 반죽이 어제보다 덜 부풀어 있어요.
레시피도 같고 재료도 같은데요.
요즘 이런 날, 있으시죠?
10월 초에 10월이 오면 손이 먼저 알아채는 것들 에서 손으로 느끼는 계절 변화를 이야기했었어요.
오늘은 그다음 이야기예요.
손이 알아챈 변화를, 숫자로 맞추는 방법.

반죽이 느려지는 이유는 단순해요.
이스트는 온도에 아주 정직한 미생물이에요.
반죽 온도 27℃ 안팎에서 가장 활발하게 일하고,
거기서 내려갈수록 가스를 만드는 속도가 눈에 띄게 줄어요.
현장 감각으로 말하면
반죽 온도가 1℃ 떨어지면, 발효 시간은 10~15% 늘어나요.
1시간짜리 1차 발효라면 반죽이 3℃만 낮아도 20분 넘게 더 기다려야 하는 셈이에요.
여름엔 반대였죠.
7월 여름 냉장 발효 활용법 에서는 어떻게든 반죽을 식히는 게 일이었어요.
가을·겨울엔 반죽을 원하는 온도까지 올려주는 게 일이 돼요.
그래서 이 계절에 제가 가장 먼저 챙기는 건 물 온도예요.
실내 온도나 밀가루 온도는 마음대로 바꾸기 어렵지만 물 온도는 바로 바꿀 수 있거든요.
계산식은 이래요.
물 온도 = (목표 반죽 온도 × 3) − (실내 온도 + 밀가루 온도 + 마찰열)
예를 들어볼게요.
목표 반죽 온도 27℃ 실내 온도 15℃ 밀가루 온도 14℃ 마찰열 20℃
27 × 3 = 81 81 − (15 + 14 + 20) = 32
물은 32℃로 맞추면 돼요.
같은 반죽을 한여름에 했다면 실내 28℃, 밀가루 27℃였을 테니
81 − (28 + 27 + 20) = 6
거의 얼음물이었어요.
같은 레시피인데, 물 온도는 26℃나 차이가 나요.
마찰열은 믹서마다 달라요.
9월 믹서의 차이 에서 이야기했듯이 손반죽과 스파이럴 믹서는 올라가는 온도가 다르니까요.
처음 한두 번은 반죽이 끝난 뒤 실제 온도를 재서 내 믹서의 마찰열 값을 찾아두세요.
한 번 찾아두면 계절 내내 쓸 수 있어요.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어요.
물이 따뜻해야 한다고 뜨거운 물에 이스트를 바로 풀면 안 돼요.
40℃가 넘는 물이 이스트에 직접 닿으면 활력이 떨어질 수 있어요.
계산값이 높게 나오면 물은 밀가루와 먼저 섞고 이스트는 나중에 넣어요.
그럼 이스트를 늘리면 되지 않을까요?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어요.
솔직히 말하면 매일 아침 온도 세 개를 재고
계산하는 게 귀찮아서 이스트만 한 꼬집 더 넣고 싶은 날이 많았어요.
이스트 증량도 틀린 방법은 아니에요.
겨울엔 10~20% 정도 늘리기도 해요.
그런데 순서가 중요해요.
온도를 먼저 맞추고, 그래도 부족할 때 이스트를 만져요.
차가운 반죽에 이스트만 늘리면 부피는 나와도 향이 가볍고 이스트 냄새가 남기 쉬워요.
빵 맛은 결국 발효가 천천히, 고르게 일어날 때 나오거든요.
발효하는 자리도 다시 봐야 해요.
창가 쪽 작업대는 생각보다 차갑고,
문 여닫는 자리엔 찬 바람이 계속 들어와요.
발효기가 있다면 1차는 27℃, 습도 75% 안팎으로 맞춰요.
없다면 오븐 안에 따뜻한 물 한 그릇을 넣고 문을 닫아두는 것만으로도 꽤 안정적인 자리가 돼요.
그리고 시계보다 반죽을 보세요.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천천히 돌아오면서 자국이 살짝 남으면 그때가 맞아요.
겨울엔 레시피에 적힌 시간이 참고 숫자가 돼요.

계절마다 레시피를 새로 쓰는 건 아니에요.
레시피는 그대로 두고 온도를 레시피에 맞춰주는 거예요.
여름엔 식히고, 겨울엔 데우고.
반죽이 매일 같은 자리에서 출발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그게 빵 굽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는 일인 것 같아요.
레시피는 같아도, 계절은 매일 다른 출발선을 줘요.
빵을 굽는 남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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